유천 최병국 고문헌 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 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오늘의 대한민국은 다릅니다.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자 정부와 여당이 회의장 벽에다 걸어둔 슬로건이다. 앞으로 일본에 절대 지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 난5일 “남북 평화경제로 일본을 단숨에 따라 잡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일을 겪으며 평화경제의 절실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남북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일본 경제를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경협이 이루어지면 우리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 비핵화 문제 때문에 미국과 유엔의 제재로 남북 간 경협이 사실상 금지된 상태다. 일본과의 경제 마찰은 발등에 떨어진 불로 기업들은 초비상으로 몰리고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이 시점에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 남북경협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문 대통령의 ‘남북평화경제’ 발언이 있은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북한 측은 마치 응답이라도 하듯 6일 새벽 황해남도에서 미사일 2발을 동해 쪽으로 발사했다. 지난달 25일 이후 13일 동안 4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우리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끝끝내 우리를 겨냥한 합동군사훈련을 벌려 놓았다”고 비판하고 “우리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 “차라리 맞을 짓을 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라는 망발까지 했다.

한반도 안보가 이런 극한 상황에서 ‘남북평화경제’가 북한 쪽에서 받아들여질 것인가? 만에 하나 성사된다고 해도 지금의 북한산업 구조로는 저임 노동력을 이용하는 임가공 산업 이외 무엇을 할 수 있을는지 불확실하다. 특히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왕조체제로 이어지는 경직된 이 사회에서 우리의 자유경제 시스템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북한 정부와 경협을 해서 세계 최고 기술대국인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는다는 것은 희망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과거에도 그래 왔듯이 우리는 역경을 오히려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 왔다. 우리에겐 그런 역량이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얼마동안 경제에 타격은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냉정하게 대처해 실력을 키우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역경을 도약의 기회로 만들려면 정부부터가 앞장서야 한다. 지금 최대 피해자는 기업이다. 정부는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고 하지만 기업은 어디에도 하소연하고 기댈 곳이 없다. 앞으로 있을 일본의 조치에 초비상 상태로 지켜 보고만 있을 뿐이다. 정부는 그동안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면서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반기업 정책을 밀어 붙여왔다. 여기다 ‘죽창가’ ‘의병’ ‘거북선’ ‘가마우찌 타령’같은 해묵은 단어를 역사의 창고에서 끌어내 국민들을 상대로 자극적 반일 선동 발언을 이제부터라도 자제해야 한다. 지금은 냉정하게 현실적 대응책을 짜내어 국익을 위한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 민주당 최재성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6일 방송에서 “도쿄에서 방사능 물질이 기준치보다 4배인가 초과 검출됐다”며 “일본 전역을 놓고 여행금지 지역을 확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도 “일본 도쿄올림픽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면 올림픽 참가 여부와 관광 금지까지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한발 더 앞서나가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류의 발언이 일본의 경제보복을 극복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지금 시급한 것은 ‘연구개발 막는 주 52시간 노동시간 규제’ ‘더 열심히 가르치겠다 걸 막겠다는 교육정책’ ‘기업 활동을 억누르는 반기업정책’ ‘과도한 노동편향기조정책’등 이런 규제들을 바꾸는 것이다. 이 규제들을 그대로 두고 기술 강국 일본을 이기겠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선동적 말만 앞세우는 것으로 극일(克日)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기를 관리하고 대응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전략적 리더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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