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노벨상 숫자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기반과학과 기술의 수준이 당장 따라 잡을 수준이 아닌 것들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대책 민관정협의회 출범식에서 한 말이다.

박 회장의 말대로 일본은 1901년부터 상을 주기 시작한 노벨상에서 2018년까지 24명의 수상자를 냈다. 물리학상이 9명, 화학상이 7명, 생리의학상 5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이며 경제학상 수상자는 아직 없다. 일본 국적인 아니지만 일본 출신 수상자도 3명이나 된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이 유일하다.

한국이 이렇게 경제력에 비해 노벨상 수상자가 적은 것은 기초학문 연구를 등한시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해마다 노벨상 시상이 있을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로 한일 ‘경제전쟁(?)’이 벌어지면서 또 다시 기초학문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이공계 학문이 바탕이 되는 핵심 소재 부품 산업의 기술력이 일본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되고 있어서다.

과학기술대학에 다니던 수재들이 졸업과 동시에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공계는 의전원 인문계는 로스쿨’이란 말이 유행어가 됐다. 머리 좋은 사람은 모두 의전원과 로스쿨로 빠져서 ‘국민을 먹여 살리는 미래 산업의 소는 누가 키우나’하는 한숨 섞인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공계 분야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 등 청년과학자들은 앞날이 캄캄하다. 진로와 취업이 불확실한 데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돼 학업과 연구를 포기해야 하는 지경이라는 것이다.

IMF 이후 이공계 전공자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당하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와 안정성이 높은 의학계열이 인기다. ‘의치한수’라는 사자성어까지 있다. 의과대학, 치과대학, 한의과대학, 수의과대학의 인기가 해마다 치솟고 있어서 생겨난 성어다. 소재·부품의 중요성이 드러나자 정부가 이달 말 이공계 핵심인재 양성 TF를 발족한다고 법석이다. 의전원, 로스쿨처럼 이공계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특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을 이기려면 이공계 학문 연구자들이 보수와 직업 안정성에서 지속적으로 우대 받는 사회 분위기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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