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코어, 15개 업종별 한·일 대표기업 매출 추이 비교
내수 업종은 인구 차이 영향도…"냉철한 판단으로 경쟁력 키워야 극일"

한일 주요 업종별 상위 기업 매출 비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업종별 ‘톱3’ 기업의 매출이 일본 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휴대전화와 반도체 분야에서는 일본을 압도했으나 나머지 주요 업종에서는 모두 상대적으로 뒤처졌고, 일부 업종은 최근 몇년새 오히려 일본에 추월을 허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인구가 2배 이상 차이 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내수 업종의 경우 불가피한 측면도 있으나 최근 전반적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점은 원인 분석과 함께 대책이 필요한 대목으로 지적됐다.

14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15개 주요 업종별로 양국의 상위 3개 기업 매출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한국은 총 8천587억달러(1천50조원)로 일본(1조7천529억달러)의 49%에 그쳤다.

이는 2015년 한국(7천881억달러)과 일본(1조5천695억달러)간 차이 50%에 비해 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번 조사는 반도체, 보험, 생활가전, 석유화학, 식음료, 유통, 은행, 인터넷, 자동차, 자동차부품, 제약, 철강, 통신, 화장품, 휴대전화 등 15개 주요 업종에서 한일 양국의 ‘톱3 기업’(반도체, 인터넷, 화장품, 휴대전화는 각 2개) 총 41개를 대상으로 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와 삼성전자·LG전자의 휴대전화 부문은 일본을 추격권 밖으로 멀찍이 밀어냈다.

휴대전화 업종은 한국이 974억달러의 매출로 일본(68억달러)의 14.4배에 달했고, 반도체도 7.7배(1천136억달러·148억달러)의 차이를 보이며 확실한 ‘경쟁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격차가 각각 9.2배와 3.6배였으나 4년 만에 더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나머지 13개 업종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매출을 밑돌았고, 이 가운데 은행(49%)과 유통(47%), 식음료(47%), 보험(39%), 자동차부품(38%), 통신(20%), 자동차(15%), 제약(9%) 등 8개 업종은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제약 업종의 경우 일본은 다케다, 아스텔라스, 오츠카 등 연 매출 100억달러 이상의 글로벌 제약사를 다수 보유한 데 비해 한국은 유한양행, 녹십자, 광동제약 등 상위 3개사 매출을 합쳐도 36억달러에 불과했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업종은 2014년과 비교했을 때 일본 대표기업들은 매출이 전반적으로 늘었으나 한국 ‘톱3’ 기업들은 오히려 감소하며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업종 가운데 상당수는 특성상 내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양국 인구 차이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인구가 약 1억2천680만명으로, 한국(약 5천180만명)의 2배 이상이다.

또 인터넷과 생활가전 업종은 2014년까지는 한국 기업들이 우세했으나 지난해에는 역전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계 관계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 출범 이후 일본 경제가 ‘상승기류’를 타면서 기업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게 사실”이라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업종별 1위 기업의 경쟁력은 강하지만 2, 3위로 내려갈수록 매출 규모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도 격차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일 갈등을 언급한 뒤 “냉철한 판단을 토대로 경쟁력을 키워야 휴대전화와 반도체 업종에서 이뤄낸 ‘성공 신화’를 다른 업종으로 확장해 진정한 극일(克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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