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제는 집권 초기 뛰어난 인재를 구한다는 조서를 내렸다. 전국의 기라성같은 인재들이 자신을 추천하는 ‘셀프추천서’를 올렸다. 동방삭도 셀프추천에 동참했다. “소신은 구척 장신에 눈은 보석처럼 밝게 빛나고, 치아는 조가비처럼 청결합니다. 맹분의 용기와 경기의 민첩함, 포숙의 청렴결백, 미생의 충성심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폐하 밑에서 일하는 신하가 되고 싶습니다.”

동방삭의 자천서를 본 무제는 자화자찬이 지나친 감이 있었지만 특별한 데가 있다고 판단, 녹봉이 보잘것없는 한직에 앉혔다. 어느 날 무제는 동방삭과 함께 화원을 산책했다. 무제가 나무 한그루를 가리키며 “나무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선재 나무입니다." 무제는 동방삭이 모르게 나무의 이름을 적어두었다.

몇 년이 지난 뒤 무제는 동방삭을 데리고 다시 그 화원을 거닐게 됐다. 무제는 전에 이름을 적어둔 나무를 보자 동방삭에게 다시 나무 이름을 물었다. “구소입니다.” 무제는 노기를 띠고 질책했다. “네가 감히 나를 속이다니, 전에는 선재라고 하더니 지금은 구소라고 해·왜 같은 나무인데 이름이 둘인가?” “나무도 말이나 닭과 같습니다. 말도 어릴 땐 망아지라 하고, 닭도 어일 땐 병아리라 합니다. 전에는 선재 나무라고 했으나, 지금은 다 자라 구소라 부릅니다” 무제는 동방삭의 재치있는 대답에 감탄했다.

고기를 잘라 나눠줘야 할 대관이 저녁 늦도록 나타나지 않자 동방삭은 자신의 칼로 고기를 직접 잘라 집으로 가져갔다. 다음날 이 일로 대관이 동방삭을 탄핵했다. “폐하의 하사품에 무례를 범했습니다. 하지만 고기를 잘랐으나 많이 자르지 않았으니 얼마나 청렴한 자세입니까. 또한 집으로 가져가 아내에게 주었으니 얼마나 자애로운 모습입니까” 무제는 웃으면서 술과 고기를 듬뿍 내렸다.

이처럼 동방삭의 뛰어난 기지와 언변에도 불구하고 동방삭을 중용치 않았다. 무제는 동방삭의 지혜를 잔꾀에 불과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국난을 맞은 문재인 정부엔 잔꾀의 선동가들이 판을 쳐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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