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박사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박사

오래전 학창시절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는 못된 친구들이 있었다. 이른바 학교사회에서 통용되는 따돌림이 그 시절에도 존재했다. 반항하지 않는 착한 친구를 두고 소외시켜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는 피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남긴다. 문제는 피해자가 참고 순응할수록 가해자의 정도는 더 심각해져 간다는 것이다. 못된 친구의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맞대응이다. 이미 검증된 최선의 방법이기도 한 맞대응은 처음부터 싫다고 대항하며 반격할 수 있는 용기이다. 상대에게 만만하게 보이는 것은 자칫 동네북이 될 수도 있다. 맞더라도 끝까지 대항해야만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비겁하고 저열한 정치적 목적의 무역보복이다. 안보를 바탕으로 한 수출통제라는 억지 논리를 내세워, 저들은 되고 우리는 안 되는 앞뒤가 안 맞는 이율배반이 이번뿐만이 아닌, 독도 망언과 교과서 왜곡까지 틈만 있으면 흔들며 괴롭혀 왔다. 이처럼 파렴치하고도 어이없는 작태의 뿌리에는 식민지를 추억하는 일제의 지배적 수탈사관에 그 원인이 있다.

광복절은 일본으로부터 해방과 독립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우리에게는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날이지만, 일본에게는 치욕의 패전일이기도 하다. 패전 74주기에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을 느낀다는 일왕의 전몰자 추도식 발언과 달리, 주변국의 거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범들에게 공물을 바치며 역사왜곡과 경제보복을 서슴지 않는 아베 총리의 뒷모습에서 그가 가장 존경한다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의 ‘정한론’을 생각하게 한다. 한반도를 정벌하여 일본의 국력을 배양하자는 ‘정한론’은 일본의 전형적인 침략근성의 대물림이다. ‘과거 한반도는 일본의 속국이었기 때문에 다시 정복하여 복속시켜야 한다는 허구의 주장과 서구열강이 일본을 넘보지 못하게 시베리아에서 필리핀에 이르는 지역을 장악해야 한다’는 대동아 공영의 헛된 망상의 지배적 식민사관을 아베 총리가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의 배경에는 우리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예상하지 못했던 중국의 패권확장이 있다. 과거의 제국주의의 영광을 뒤로한 일본의 자존심에서는 배 아픈 현실일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의 무역보복은 위기감이 빚어낸 소인배의 질투심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극일은 일본을 극복하여 일본을 이기는 것이다. 36년의 강점기는 우리 겨레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청산하지 못했던 일제의 잔재와 친일의 아픈 과거가 우리 스스로를 옥죄며 편 가르고 있다.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작태를 내버려둘 수 없는 현실에서 맞대응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만들었다. 순응하는 만만함을 넘어 반격하는 우리 국민의 용기는 결코 그들이 깔보던 과거의 한반도가 아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당초 일본이 생각했던 그 이상의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항은커녕 결코 ‘일본을 이길 수 없다 사과해야 한다’고 하며 ‘최근의 한일갈등은 문재인 정부의 자작극처럼 보인다’는 정치인의 식민사관적 말들이 우리를 곤혹스럽게 한다. 독립운동에 대한 폄훼와 편견이 도를 넘어 친일이 정당화되고, 독재가 미화되는 정치인들의 막말은 무역보복에 맞서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파렴치한 행위이다. 우리가 우리를 공격하고 ‘반일 종족주의’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기현상의 낯 뜨거운 광경이 일본의 그늘을 그리워하고 식민지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정한론의 추종자들’이라는 생각이다. 식민사관을 답습하는 아베 총리의 야욕이 그대로 표면화 되고 있는 지금, 선열들의 피 흘린 대가를 뒤로하고 아픈 역사를 부정하는 그들과 함께 살고 있는 현실이 부끄럽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글귀는 다시금 우리를 많이 생각하게 한다. “한국 땅에서 나오는 쌀알을 먹고 살면서 어떻게 그런 짓을 하나” 그분의 며느님이 인터뷰에서 하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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