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우현동 아파트 공사 현장 건설노조 "일감 달라" 집회
"아침부터 소음…누가 좋아하나" 인근 주민들 현장찾아 항의

19일 오전 6시 20분께부터 포항시 북구 우현동 ‘우현중해마루힐센텀’ 신축공사장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지부 소속 근로자들이 확성기 달린 차량 3대로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선잠으로 월요일 아침을 맞이한 주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항의를 하고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월요일 새벽부터 포항의 한 주택가에서 확성기 차량을 이용한 시위가 벌어져 소음에 잠을 설친 주민 항의가 빗발쳤다.

민주노총 전국건설인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지부 조합원 30명은 19일 오전 6시 30분께부터 포항시 북구 우현동 ‘포항우현 중해마루힐 센텀’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일감을 달라’는 취지의 집회 시위를 벌였다.

“건설 노동자가 일할 자리는 부족한데 그마저도 불법 체류자가 대부분인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했다”며 “지역 근로자에게 일감을 달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하지만 대형 확성기 설치 차량 3대에서 큰 소리로 투쟁가요 등을 방송하는 소음에 인근 수천 세대 타 아파트 단지에서는 월요일 출근과 학생 등교 준비 또는 새벽 단잠을 자던 어린아이 등이 잠을 설치고 고통을 호소했다.

일부 주민들은 공사 현장에 찾아가 항의했으며, 112에는 민원 신고가 잇따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만 신고 전화가 26건을 넘었고, 오후 2시 현재까지만도 50~60건을 헤아리고 있다.

현장 주변에는 초등학교, 대단위 아파트, 단독주택 등이 밀집해 있어 애꿎은 시민 수 천명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았다.

한 주민은 “집회 시위를 오후에도 할 수 있는데 아침부터 시끄럽게 확성기 켜면 누가 좋아 하나”며 “이기적인 집회에 어린이와 어르신이 새벽에 잠도 자지 못해 열불이 났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한 시민은 “새벽에 자녀가 다 깨고 뭔가 싶어 나가보니 소음이 심한 집회여서 짜증이 났다”며 “집회 목적에 항의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월요일 아침부터 하는 집회면 최소한 주민에게 사전 고지라도 하고 소음도 삼가해야 했다. 내일부터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확성기 소음 기준은 학교나 병원, 주거지역의 경우 주간 65dB 이하, 야간 60dB 이하다.

경찰이 10분 동안 측정해 평균해 65dB이 넘지 않거나 비슷하면 유지 명령을, 소음이 과도하면 중지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평균 소음이기 때문에 소리 크기를 조절하는 등 방법을 쓰면 벌금을 매기기는 쉽지 않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한편 노조 관계자는 “수개월 만에 지역에서 생긴 공사 현장인데 인력의 90%가 외국인 노동자여서 지역 근로자에게 일감을 주고 써 달라는 차원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관심을 가진다”며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는 죄송한 부분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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