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바닥을 본다
죽음은 저것보다 높은가
저기에 배를 대본 적이 있는가
죽음보다 높이 난다
죽어가는 나비는
바닥이 배를 대고 있는 곳으로
훨훨 / 잠시
손 하나가
날개를 스친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 손을
나비가 본다
안녕, 나의 영원
중얼거린다
<감상> 나비는 평생 아름다움을 찾아다녔지만, 죽음을 맞이할 때는 바닥에 잠시 배를 댄다. 나비는 죽음을 거부하지 않기에 죽음보다 높이 날 줄 안다. 날개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 손에게, 곧 바람에게 몸을 맡긴다. 마지막 날갯짓으로 자신의 몸을 풍장(風葬)시키면서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살아서는 부귀공명, 죽어서는 산과 같은 봉분과 비석을 세우는 인간에 비해, 영원과 죽음에게 인사를 건네는 나비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시인 손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