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근해에서 주로 잡히는 갈치가 강원도 속초 앞바다에서 잡혔다. 갈치떼가 속초 청호동 방파제 근처에 처음 나타난 것은 지난 7일부터다. 지난 6일 동해안으로 태풍 프란시스코가 통과한 후 갈치떼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잡히는 갈치는 길이가 40㎝ 이하의 ‘풀치’라 불리는 어린 갈치다. 낚시인들은 방파제에서 루어낚시로 한 사람이 30~40마리씩 잡는다고 한다.

제주, 부산 등 남해 난류 바다에 서식하는 갈치가 강원도 앞 바다에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이다. 속초보다 더 위쪽인 강원도 고성에서는 대표적 열대어종인 청새치가 잡히기도 했다. 이렇게 난·열대성 어종이 강원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것은 해수 온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51년간 동해 연평균 표층수온은 1.43℃ 상승했다. 전 세계 평균 상승 온도 0.49℃에 비해 2.8배가량 높다. 수온 상승으로 고성 앞바다의 정치망에 잡힌 참다랑어가 13t이나 된다. 지난 11일에는 동해안 최북단 고성 앞바다에 쳐 놓은 어망에 청새치 한 마리가 잡혔다. 청새치는 태평양이나 인도양, 대서양의 열대 바다에 주로 사는 대형 어류다.

급격한 수온상승에 미쳐 대응하지 못한 어민의 피해도 크다.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과 호미곶면 육상 양식장 4곳에 양식 중이던 넙치와 강도다리 등 어류 2만2800여마리가 폐사했다. 태풍 ‘크로사’가 고온의 해수를 밀어올려 포항 구룡포 해역 수온이 한때 28℃까지 치솟았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온실가스 배출 등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해수 온도가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WMO의 2018년 기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해수 상층부 700m 구간의 ‘대양 열량’(바닷물에 흡수돼 축적된 열량)이 1955년 이래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고 했다. 지구온난화와 함께 바닷물의 온도도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어서 바다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양식어류가 집단 폐사하고, 동해 북쪽에서 난·열대어류가 잡히자 어민들은 “바다가 미쳤다”며 놀라고 있다. 정부가 해수 온도 상승에 대한 준비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이동욱 논설실장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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