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인원 수에 구애받지 않아 동료들과 유대관계·팀워크 돈독"
스포츠시장 10년 새 120배 증가, 정부차원 관리·감독 체계화 필요

“2차는 노래방? 이젠 스크린 스포츠가 대세죠”

지난해 취업에 성공한 윤모(28)씨는 얼마 전부터 회식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새벽까지 주점, 노래방을 전전하는 대신 회사 동료들과 스크린 야구장을 방문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성별 또는 실력 차이도 상관없다. 야구공이 날아오는 속도, 방향 등 난이도를 조절하면 야구 규칙도 모르던 동료가 어느새 홈런을 친 뒤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술 한잔 없는 식사 후 기분 좋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고 집으로 돌아오면 운동을 한 것 같아 왠지 모를 뿌듯함까지 든다.

윤씨는 “‘회식 1차는 파스타 전문점, 2차는 스크린 야구장’이라는 단체 문자를 받고 어리둥절했지만 직원 모두가 만족했다”며 “평소 술 마신 다음 날 발생하는 어색함도 없고 팀워크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식이나 번개 등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에서 빠질 수 없던 노래방이 지고 골프·야구·축구·승마 등을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스크린 스포츠가 각광받고 있다.

스크린 스포츠가 이색 회식 장소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날씨 또는 인원수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더운 여름, 눈 내리는 겨울 등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필요 인원을 채우지 않아도 즐길 수 있고, 장비를 준비할 필요도 없어 ‘장비 마련’에 대한 고민거리도 줄어든다.

또,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직장 회식 문화 변화와 워라밸 분위기 확산 등의 영향도 한몫한 것으로 점쳐진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노래방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노래방 수는 2011년 3만5316개를 정점으로 줄어들다가 코인 노래방이 인기를 끌었던 2015년과 2016년 반짝 증가한 뒤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세청의 ‘2019년 5월 기준 100대 생활업종 현황’을 보면 대구에는 2018년 5월 기준 1845곳의 노래방이 있었지만 2019년에는 1755곳으로 4.9% 감소했다. 경북에서도 지난해 1685곳의 노래방 중 50곳(3%)이 줄어든 1635곳만 남았다.

반면 스크린야구장, 실내양궁장 등 스포츠시설운영업체의 수는 눈에 띄게 늘고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 발표한 ‘2017 체육백서’를 통해 스크린 스포츠 시장은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2007년 100억원대 수준이던 국내 시장 규모가 약 10년 만에 120배가량 커진 셈이다.

전국의 스포츠시설운영업 사업자는 지난 5월 기준 741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000명)보다 23.6% 증가했다.

대구는 지난해 200곳에서 올들어 259곳으로 59곳(29.5%) 늘었고 경북은 지난해 221곳에서 올해 248곳으로 27곳(12.2%) 늘어났다.

다만 지속적인 스크린 스포츠 산업 성장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의 체계화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크린 스포츠 분야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실태 조사 또는 시장 규모 파악 등은 이뤄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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