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국가 균형발전은 민주주의 역사이자 민주당의 역사”라면서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력한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펴겠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은 위축되고 있고,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지방자치법은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올해 내 국회 통과도 불확실한 지경이다.

해마다 정부 예산 조정 기간이면 지방의 시장·군수는 물론 고위직 공무원, 국회의원 등이 정부 부처를 찾아다니며 한 푼이라도 더 정부 예산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돼지죽통 자치’라는 말까지 횡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자치 운운하지만 아직 공고한 중앙 집권적 양상에 대한 신랄한 비판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6일과 27일 포항 포스텍 포스코국제관에서 열린 ‘인구절벽 시대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주제의 한국지방자치학회 2019년 하계학술대회는 의미가 크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담론을 놓고 63개 주제 발표와 토론이 펼쳐진 엄청난 일정이었다. 양일간의 학술대회에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서부터 ‘지방분권과 지방재정’, ‘특례시 지정과 인구감소 대책’, ‘대구·경북 분권과 자율적 지역발전’ 등 지방분권 관련 법과 제도 등 핵심 사안들이 논의됐다.

지방자치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간 지방자치에 대한 역대 정부의 진척 상황을 보면 뚜렷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제도 역사는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헌법에 지방자치를 명시하고 이듬해인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뒤 본격 지방자치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렇게 보면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돼지죽통 자치’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시대에 맞지 않은 지방자치법을 손 본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에 넘어가 있다. 하지만 이 법안에는 허점도 많아서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지방의회가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가령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확대를 위한 ‘특례시’규정 하나만 봐도 문제가 많다. 인구 51만 명의 포항시가 추진하고 있는 ‘특례시’의 경우 ‘지방자치법 제194조(대도시에 대한 특례 인정) 개정’ 안에는 인구 100만 명 이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원(119만), 용인(105만), 고양(105만) 등 경기도 3개 시와 창원(104만) 등 4개 시 정도만 해당 된다. ‘특례시’가 되면 인사나 조직구성 등에 더 많은 자율권을 준다지만 그 내용 또한 명확하지 않고, 막연히 인구 100만 명을 기준으로 해서 수도권 도시들에만 특혜를 주는 법안으로 보일 뿐이다.

이 같은 문제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학술대회 사회를 맡았던 강형기 충북대 교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앙 권력이 가만히 있는데 권력을 지방에 떼준 적이 없다”고 했다. 법안의 국회 통과도 중요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 경북도와 각 시군이 세밀하게 분석하고 조정을 요구해야 한다. 지방자치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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