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 등 구부리고 가는 이 누구인가
그의 어깨엔 알 수 없는 그늘이 걸려 흔들리고
강물 소리 강 언덕 저 너머로 멀어지는데
길 잃은 새 떼들 겨울하늘에 원 그리며 간다

나는 세상 안에서 세상 바깥에서
문득문득 오던 길 되돌아보지만
거기엔 움푹움푹 파인 발자국 뿐
발자국엔 빗물 같은 상처만 고여 길을 내고 길을 지운다

풀잎 같은 목숨, 이 광활한 우주 한복판에서 먼지처럼
밀려가고 밀려오는 생, 생의 어깨들

나는 어린왕자 같이 마지막 지구별을 찾아가
푸른 청솔 한 그루 심고 돌아갈 수는 없을까




<감상> 지구와 달이 앞면만 보이기 때문에 뒤편의 상처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뒤편의 보이지 않는 상처들이 늠름하게 길을 내고 지우면서 나를 이끌었을 것이다. 생의 안과 바깥을 볼 나이에는 등과 어깨만 보아도 그 사람이 겪은 생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살아온 생애는 상처투성이고, 남은 생은 풀잎처럼 먼지처럼 공허하게 사라지고 말 것이다. 어린왕자 같이 마지막 지구별을 찾아가, 혹은 다른 쌍둥이별을 찾아가 청솔 한 그루 심는 희망을 품고 있기에 어깨로 생을 밀고 나갈 수 있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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