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엔 ‘美안보이익’ 들어 재고촉구…日 백색국가 시행엔 원론적 입장
방위비압박 맞물려 한미동맹 부담 우려…"한일 양쪽 책임" 언급 속 관여나설지 주목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국 정부를 향해 우려와 불만을 연일 드러내며 그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직후 ‘강한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고 지난 주말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의 트윗을 통해 주한미군에 대한 위험 증가 문제를 꺼낸 데 이어 27일(현지시간)에는 고위 당국자 발언을 통해 동맹의 대북 위기 대응 능력 저하 및 중국의 반사이익을 경계, ‘안보 이익’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종료 결정 재고를 촉구했다. “좌시할 수 없는 것”(can‘t sit quiet for)이라고도 했다.

특히 매년 두 차례 정례적으로 전개해온 독도방어훈련에 대해서까지 ‘비생산적’, ‘문제 해결 악화’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이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미 행정부가 한일 간 영유권 문제로 민감한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이처럼 반응한 것은 사실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계속되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 비판과 독도방어훈련에 대한 불만 제기,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끊임없는 한미군사 훈련 폄하와 이와 맞물린 방위비 대폭 인상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미 행정부는 “양쪽에서 도움이 안되는 선택들이 있었다”며 어느 한쪽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한일 양쪽에 책임이 있다면서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중립’을 자처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에 분쟁 해결을 위한 ‘진지한 대화·토론’을 주문하는 한편으로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 관여’ 입장을 표명, 앞으로 일정한 역할을 해나갈지 주목된다.

미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가 실제로 종료되는 시점은 11월이라는 점을 환기하며 생각을 바꾸라고 재고를 요구했다.

미 행정부가 이날 거론한 명분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인해 한미일 삼각 공조가 균열을 노출할 경우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점과 이로 인해 한미일간 틈을 노리는 중국이 그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미일간 공조 체계가 약화하면 이에 대항해 밀착을 시도해온 북·중·러 공동전선만 강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낮추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도 맞닿아 있어 보인다.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에 상대적으로 미온적 대처를 보여온 미국이 자국의 안보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연일 그 발언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이다.

미 국무부는 실제 이날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제외 조치 시행 강행에 대해서는 북한 등 역내 도전에 직면한 한미일 3국의 강력하고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면서 한·일이 진지한 논의를 통해 민감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며 미국은 양국의 이러한 해결 노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미국 정부의 불만 표출이 계속되면서 그 양상이 일면 감정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내면서 처음에는 ‘한국’이라고 표현했다가 그 다음에는 ‘문재인 정부’라고 지칭했다가 이날은 ‘청와대’를 직접 거론했다.

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양쪽 지도자들 사이의 분쟁’으로 규정, ‘청와대와 일본 내 인사들에 대한 것’, ‘양쪽에서 도움이 안 되는 선택들이 있었다’, ‘(한일) 양국에 관계 개선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식의 언급을 통해 한일 내에서 각각 청와대와 일본의 강경파 그룹 대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그룹 간 편 가르기 구도를 시도하는 듯한 화법까지 구사했다.

무엇보다 미 행정부가 우리 정부의 독도방어훈련까지 건드린 것을 두고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독도 영유권 자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그 시기와 메시지, 늘어난 규모에 대해 “생산적이지 않다”고 공개적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독도 문제의 민감성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이 시점상 이유를 들어 이 같은 메시지를 발신한 것을 두고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불쾌감 표출이 이어지는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복수의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한국이 지난 6월 예정했다가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연기한 독도방어훈련을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하고 이에 대해 일본이 독도가 자신의 고유 영토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훈련 중지를 요구한 상황에서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미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실망감을 당분간 계속 표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훈련을 ‘완전한 돈 낭비’로 규정, 동맹의 안보 문제를 비용적 잣대로만 재단하며 ‘방위비 폭탄’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듯한 흐름을 보여온 가운데 지소미아 이후 계속되는 미정부의 불만 표출로 한미 간 이상기류가 감지되면서 동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시각으로 28일 한국에 대한 화이트 리스트 제외 조치 시행을 강행, 한일갈등 해소의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정부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지도 관심을 끈다.

미국 측은 이날 한일 양측에 문제를 진정시킨 다음 진지하게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며 “완전히 가망이 없는 건 아니다. 바라건대 회복될 기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의 관계 개선 시도에 있어 여전히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관망론을 내비친 가운데 미 행정부가 중재 등을 위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