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이른바 ‘조국 청문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여야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9월 2∼3일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청문회 증인 및 참고인 채택 협상에 나서면서 ‘인사청문회를 통한 의혹 규명’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던 터였다. 하지만 검찰이 전날 조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하고 있다. 여야 모두 ‘청문 전략’을 새롭게 가다듬으며 전열을 재정비하는 분위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 개시에도 불구하고 ‘정면돌파’ 기조를 거듭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 압수수색과 수사를 정면 비판하면서 청문 정국에 미치는 ‘검찰 변수’를 최소화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자진 사퇴 및 지명 철회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피의자를 청문회장에 세워선 안된다’는 논리로 청문회 보이콧 카드도 거론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민주당의 ‘우군’으로 분류되며 조 후보자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온 정의당마저 검찰의 압수수색이 알려진 이후 ‘조국 부적격’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양상이다.

전날 검찰의 압수수색에 당혹감을 보였던 민주당은 이날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직접 소명하는 방식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 나와 ”청문회 과정에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장관에 임명된다면 본인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전력을 다해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날 검찰의 압수수색에 당혹감을 보였던 민주당은 이날은 검찰에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이해찬 대표는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례 없는 행위”라며 “나라를 어지럽히는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집권여당 대표가 이례적으로 검찰 비판의 선봉에 선 모양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모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문회의 정상적 진행에 차질이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이 아니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에는 검찰 수사가 자칫 조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하는 촉매제로 작용하면서 앞으로 있을 청문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민주당은 이 같은 검찰의 행태가 사법 개혁의 적임자인 조 후보자의 임명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이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가 모멸·능멸을 견디는 것은 검찰·사법 개혁 등 소명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장관에 임명된다면 후보자에 주어진 그 시대적 소명을 전력을 다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크게 세 갈래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 및 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압박하고, 검찰 수사가 아닌 특검 수사 필요성을 알리는 여론전에 착수하는가 하면 조 후보자 청문회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사 지휘권을 갖는 법무부 장관 임명을 전제로 한 청문회를 여는 게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이날 오전 의원 연찬회 도중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청문회 보이콧 문제를 논의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총 후 “검찰의 강제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의 피의자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하는 게 맞느냐는 많은 의견이 있다”며 “지도부로서는 심각한 고민에 들어가 있고, 청문 절차가 계속 진행되는 게 맞는지 국민의 의견을 더 모아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청문회 일정을 이미 합의한 데다, 이번 청문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한국당이 ‘공식적인 검증 절차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청문회 보이콧을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한국당은 또한 조 후보자 의혹과 관련한 특검 추진을 본격화함으로써 검찰을 압박하고 청문회 이후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데 따른 정국 상황에도 대비하는 모습이다.

법사위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피의자를 상대로 청문회를 할 수 없지만 그렇게 원하니 청문회는 하고 그런데도 사퇴를 안 하면 특검 투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연일 전방위 사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에서 “후보자가 임명된다고 해도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로 검찰 앞에 서는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정말로 결단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 후보자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정의당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청문회 이후 데스노트 판정’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조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판단이 늘고 있다.

김종대 수석대변인은 “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가 강하게 대립하면서 법사위 여야 간사들의 청문회 증인·참고인 채택 논의도 공전했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 배우자를 포함한 25명의 증인·참고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가족 신상털기 청문회는 안된다”며 반대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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