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축인 지방의회가 자정기능을 상실했다. 지난해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 중 가이드 폭행 등 추태를 부리면서 지방의원들의 자질이 국민의 공분을 샀지만 여전히 이들의 행태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구미시의회 의원 간의 욕설 생중계부터 대구 달서구의회 윤리위원 부적격 논란이 불거져 시민들이 꾸짖고 나섰지만 반성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3일 구미시의회에서는 보조 사업에 대한 예산 심의 과정에서 두 의원이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았다. 구미시의회 신문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세구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수대전 행사 보조금 2억3000만 원을 놓고 설전을 벌인 것이다. 이 자리에서 신 의원이 “정수대전 보조금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하자 장 의원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결국 두 의원은 감정이 격해져 욕설하며 싸움을 벌였다. 이 대화는 시의회 인터넷을 통해 생방송으로 노출됐고, 결국 두 사람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또 욕설 파문이 인 구미시의회의 김태근 의장은 자신이 운영했던 건설업체가 지난 9년간 구미시로부터 9억 원에 가까운 수의계약 공사를 따냈다는 의혹을 사면서 시민단체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등 시민 불신이 높다. 예천군의회 의원의 추태가 채 잊히기도 전에 의원들의 추태가 이어지고 있어서 지방의회 의원의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구 달서구의회에서는 ‘막말’ 논란을 일으킨 안대국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윤리특위 위원으로 선임해 지역민의 민의를 반영하지 않은 행태라며 시민단체가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윤권근 복지문화위원장(자유한국당)은 “윤리특위 위원은 돌아가며 맡기로 했다”는 황당한 답변으로 지방의회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대구의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안 의원을 윤리특위 위원으로 선출한 달서구의회를 규탄하면서 윤리위 위원 선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경북과 대구지역 자치단체 의회 뿐 아니라 전국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지방의원들의 막말과 폭력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8일 충남 공주시의회에서는 자유한국당 소속 이창선 의원이 책상 위 유리판을 깬 뒤 깨진 유리 조각으로 난동을 부려 물의를 빚었다. 이날 속기록에는 이 의원이 ‘유리 조각을 먹어버리겠다. 배를 그어버리겠다’고 발언한 내용도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부산 기장군의회에서도 오규석 기장군수와 우성빈 군의원(민주당)의 고성과 막말로 회의진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자정능력을 상실한 지방의원들의 자질로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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