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의불완(褐衣不完). ‘제대로 된 삼베옷 하나 입지 못한다’는 이 말은 백성들의 고달픔을 말할 때 쓰는 고사성어다. 전국시대 말기, 강국 진(秦) 나라는 천하통일의 대세를 주도했다. 전국 7웅 중 진을 제외한 나머지 6국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살길을 모색했다. 6국이 동맹을 맺은 합종책으로 진을 견제했으나 진나라의 각개격파 연횡책(連衡策)과 원교근공책에 의해 6국 동맹은 지리멸렬 상태가 됐다.

진나라가 조나라를 침공, 수도 한단을 포위하자 조나라 운명은 경각에 달하게 됐다. 조나라의 정치실세 평원군이 풍전등화의 조나라를 구할 수 있는 희망으로 떠올랐다. 평원군 역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한단의 말단 관리 이동이 평원군을 찾아왔다.

“공자께서는 조나라가 망하게 되는 것을 걱정하지 않으십니까?” “무슨 말이냐, 조나라가 망하면 나도 포로가 될 것인데 걱정을 안 하다니…” “한단 백성들은 굶주리다 못해 자식을 바꿔 먹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위급한 때가 어디 있겠습니까? 백성들은 제대로 된 삼베옷 한 벌 얻어 입지 못하고 있는데 100명이 넘는 주군의 처첩들은 비단옷을 감고 산해진미 음식도 남아돌 지경입니다. 군대는 제대로 된 무기마저 없어 나무를 깎아 창과 칼을 만들어 쓰고 있는데도 공자의 집에는 종과 경 같은 쇠붙이로 된 악기들이 전과 다름없이 즐비합니다. 진나라가 조나라를 이기면 어떻게 그것들을 지닐 수 있겠습니까. 공자님께서는 부인 이하 집안의 모든 사람을 병졸과 함께 일하게 하고, 집안의 모든 물자를 병사를 위해 쓰십시오. 그렇게 하면 위급한 처지에 놓인 병사들도 감격하고 사기 백배 할 것입니다”

이동의 질타에 정신이 번쩍 난 평원군은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조나라 백성을 안심시키고, 자신의 식객 중 외교 수완이 뛰어난 모수란 자를 발탁해 초나라에 구원을 요청하는 특사로 급파했다. 모수의 활약으로 초나라가 구원병을 보내 망국 위기에서 벗어났다.

외교 전문가들은 한일 갈등이 장기화 되면 우리 쪽 타격이 더 클 것이라면서 백악관을 움직이는 것이 급선무라 했다. 이런 판국에 미국을 토라지게 한 지소미아 파기는 악수 중의 악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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