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전화 온 어릴 적 고향 친구
애들은 뭐 하냐 묻길래
그냥 뭐 알바 비슷한 거 한다니까
요즘 애들 참 다들 왜 그러냐고
우리 애는 유학 가서 자리 잡았다고
그나저나 / 선생은 언제까지 할 참이냐 묻길래
올까지만 하고 명퇴할까 한다니까
뭐 한다고 나오냐고 평교사 아니냐고
아무리 그래도 교장은 하고 나와야지
그냥 교사를 누가 알아주냐고
니 마누라도 그냥 선생 아니냐 물으니
넌 남자 아니냐고 여자랑 같냐고
그나저나 / 요즘도 시는 쓰냐 묻길래
안 그래도 엊그제 시집이 나왔는데
주소나 좀 불러주라 했더니
됐다고, 너도 다 생각 있어 내겠지만
요새도 시집 읽는 사람 있긴 있냐고
그나저나 / 시집 내면 돈은 좀 되냐고
그 동네서 알아주긴 좀 알아주냐고

그나저나 바빠서 그럼 이만 끊겠다고




<감상> 주위에 지인들이 전화해서 묻는 것이 어찌 이리 똑같은지요. 아마 고향 친구는 내세울 게 있어서, 자랑할 것이 있어서 전화를 한 것일 테죠. 자식 문제, 퇴직 문제 등 물어보는 패턴이 꼭 나에게 물어보는 것 같아 식상하기 그지없군요. 더군다나 요즘 재미난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시집은 누가 읽어보냐는 말에, 그럼 당신은 언제부터 시를 쓰지 않았느냐고, 기록하지 않는 삶은 사라지는 것이라고 되묻고 싶어지네요. 한번쯤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느냐고 전화 한 통 하면 안 되나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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