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없는 사람 보면 미움 난다 질투난다. 그 선함을 몽땅 빼앗아

버리고 싶은 미움이 난다. 선함으로 나를 온통 들끓게 하고 싶어진다.

미움 없는 사람에겐 하나도 배울 게 없다. 배울 겨를이 없다. 깨끗한

사람을 보면 욕심난다 달려들고 싶어진다. 그 깨끗함을 몽땅 빼앗아

내 몸에 칠하고 싶어진다. 깨끗함에 온통 더렵혀지고 싶다. 깨끗한 사

람에겐 애써 배울 수가 없다. 배우려고 애쓸 수가 없다.





<감상> 미움이 없는 사람에게 미움이 난다는 말은 언어 유희적이고, 그런 사람은 참 매력 없이 다가옵니다. 선함으로 나를 들끓게 하고 싶다가도 배울 게 하나도 없습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애증(愛憎)이 공존하기 마련인데, 미움조차 없는 것은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일 것입니다. 또한 깨끗한 사람을 보면 더러운 내 몸을 씻어내고 싶다가도 이런 사람에게 배울 게 없습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 누가 다가가겠습니까? 특히 겉으로는 깨끗한 척하고 속은 온통 오수(汚水)로 가득한 위선자에겐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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