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신발 신은 개구리가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부탁했어요.
나무들이 떨어진 낙엽과
마른 잎사귀를 개구리에게 주었어요.

버섯들이 자기들 커다란 모자의
솜털을 개구리에게 주었어요.

다람쥐가 제 외투의 털 내 개를
뽑아 개구리에게 주었어요.

풀이 조그만 씨앗 세 개를
개구리에게 주었어요.

하늘이 아주 부드러운 입김을
개구리에게 주었어요.

하지만 개구리는 항상 부탁을 합니다.
여전히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자기 신발이 늘 그대로이고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이라네요.




<감상>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부탁만 하는 개구리의 모습이 인간과 별만 차이가 없네요. 그 핑계가 자기 신발이 늘 그대로이고,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이라네요. 인간도 소유욕과 정복욕을 채우면 채울수록 마음에 구멍이 뚫리죠. 인간이 가진 것 중에 죽을 때까지 변치 않는 것이 바로 신(神)입니다. 항상 신에게 자신과 가족을 위해 기도하며 부탁을 합니다. 하나를 얻으면 또 다른 하나를 부탁하여 얻으려 합니다. 다른 하나를 얻기 위해 남을 억압하고 핍박하며, 그 죄를 신에게 용서해 달라고 하죠. 부탁과 용서에만 매달리기보다는 먼저 수기(修己)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 보는 것이 어떠한지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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