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문학 활동 담아

정민호 시인이 펴낸 ‘정민호의 남기고 싶은 문단유사-짧으면서 긴 이야기’

정민호 동리목월문학관장(시인·80)이 경주와 인연이 있는 문인들의 일화를 책으로 엮은 ‘정민호의 남기고 싶은 문단유사-짧으면서 긴 이야기’(등대지기) 펴냈다. 이 책에는 정 관장이 1965년부터 50년이 훨씬 넘게 경주문협을 중심으로 문학 활동을 하면서 문인들과 교류한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책은 4부로 나눠 ‘문단 유사’라고 할 만큼 다양한 문인과 얽힌 일화들로 엮였다. 특히 경주 출신의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박목월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지역에서 활동하던 문인들과 관련한 추억도 세세하게 기록했다.

“경주는 나의 고향인데 내 고향이 이렇게 황폐해 있을 줄 몰랐다. 나는 백 명 이내의 청중 앞에서 강연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소설가 김동리 선생이 경주 문학강연에 왔다가 청중이 없어 발끈했던 일화와 김동리 선생이 경주 한 식당에서 어딜 때 먹던 노랗게 익은 콩잎을 얻어 서울로 가져가던 고속버스에서 있었던 콩잎 냄새 소동 등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또 박목월 시인과의 일화들도 다채롭다. 충청도 공주에서 목월 부인 유익순 여사가 언니가 살고 있던 경주에 자주 오가다가 당시 금융조합(농협의 전신) 직원이었던 목월을 만나 결혼하게 된 사연에서부터 목월과 조지훈이 경주에서 만나 서로 친분을 쌓고 박목월 첫 시집 ‘산도화’의 발문을 쓰게 된 과정도 흥미롭다.

책 속에는 김동리와 박목월을 중심으로 관계 되는 많은 문인들, 정민호 시인과 교우관계가 있는 문인들의 독특한 문학적 감성과 생활 속 문기(文氣)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로 충만하다.

동리 목월 뿐 아니라 시인 서정주와 울산의 박종해 시인, 대구 시인 도광의, 고무신 박종우 시인, 포항의 아동문학가 손춘익, 경주의 서영수 시인, 수필가 권윤식, 정공채 시인, 이경록 시인, 이근식 시인 등 수많은 문인의 활동과 그들과 얽힌 일화들이 꼼꼼하고 유머 있게 그려져 있다.

정 시인이 책의 제목에 ‘유사’라는 단어를 쓴 것도 문단사의 소소한 뒷얘기들을 흘려 보내지 않고 알뜰하게 모아 기록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시인 소설가들도 영광으로 생각하며 흐뭇해 할 것 같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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