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야담’에 명의(名醫) 조광일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충청도 홍성에 살았던 조광일은 뛰어난 의술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고관대작 집엔 발길조차 하지 않고 가난한 백성들을 찾아다니면서 구완했다. 조광일의 이 같은 처신을 답답하게 여긴 한 선비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뛰어난 의술을 갖고도 귀하고 현달한 사람들과 사귀어 공명을 취하지 않고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민초들만 쫓아다니오?” “대장부는 재상이 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의인(醫人)이 될 것이오. 재상은 도로서 세상을 구하지만 의인은 의술로서 사람을 살려 내니 궁함과 현달함의 격차가 있으나 그 공로는 같소.” 조광일의 대답이었다.

재상은 올바른 도로서 백성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옛말에 “집안이 어려우면 어진 아내가 생각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어진 재상을 그리게 된다.” 했다. “삼공(三公)이란 대도에 통달하며 변화에 대처함이 무궁하며 만물의 사정을 능히 풀어낼 수 있어 천도에 통하는 자다” ‘설원’에서 재상은 도를 터득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땅을 딛지 않고서는 설 수 있는 사람이 없듯이 제왕도 재상의 보필 없이는 능히 다스림을 펼 수 없다. 군주가 도를 터득한 자의 간언을 듣고 그 나라를 잘 다스리면 대신이 국정을 전단(專斷·마음대로 결정하고 단행 함)하지 못할 것이며 측근들이 군주의 권한을 남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지 못할 것이다.” 재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한비자의 말이다.

“재상은 위로는 천자를 도와 음양을 다스리고 사계절에 따르며 아래로는 만물이 제대로 자라도록 하고 밖으로는 사방 여러 나라의 제후들을 달래며 안으로는 백성과 가까이 지내고 경대부들이 각각 자기 직책에 충실하도록 살피는 것이다.” 한나라 명재상 진평이 강조한 재상의 책무다.

신하가 군주를 받드는 것을 ‘보필(輔弼)’이라 한다. ‘보(輔)’는 바른 길로 이끄는 것, ‘필(弼)’은 잘못을 바로잡는 것을 뜻한다. 군주가 올바른 정치를 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재상의 역할이다. 재상의 도는 민성에 귀 기울이고 민심에 순응하는 데 있다. “검찰이 자기정치 하겠다고 덤비는 것”이라고 공격한 이낙연 총리는 민성과 민심에서 한참 멀다. 총리로 2년 넘었는데 ‘재상의 도’를 깨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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