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데이비드 탈레반 초청 보도에 트럼프 격노…볼턴이 흘렸다고 확신"
폼페이오와 주도권 다툼서 패배…美언론 "北·이란·아프간 이슈에서 이견"

존 볼턴(오른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5월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행정부 내 대표적인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슈퍼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하자 그 배경을 둘러싸고 갖가지 분석과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볼턴 보좌관 경질 상황은 전날 밤부터 급박하게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경질을 발표하면서 “지난 밤 존 볼턴에게 그가 일하는 것이 백악관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면서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슈퍼 매파’로 꼽히는 볼턴 보좌관과의 이견이 경질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동안에도 볼턴 보좌관의 입지 위축설, 대북 의사 결정라인 배제설, 거취 불안설 등이 지속해서 제기됐었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은 백악관 참모들도 트윗을 보고 알 만큼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이날 경질 발표로부터 채 2시간도 남지 않은 오후 1시 30분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테러 관련 공동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CNN, 폴리티코 등 미 언론들은 아프가니스탄,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 이슈 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이 이견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특히 당초 지난 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예정했다가 전격 취소된 트럼프 대통령과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 지도자들과의 비밀회동과 관련한 갈등에 미 언론들은 주목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탈레반 지도부의 캠프 데이비드 초청을 둘러싼 백악관 내부의 막전막후 상황이 지난 주말 NYT 등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탈레반과의 협상을 주도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은 볼턴 보좌관 측이 언론에 관련 내용을 흘린 것으로 확신해 화를 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과의 협상에 반대한 볼턴 보좌관 측이 비밀회동 계획을 흘려 ‘언론 플레이’를 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격노했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을 막기 위해 막판까지 주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CNN도 비밀회동 취소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볼턴 보좌관으로부터의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는 보도에 격분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밀회동 취소와 협상 종결이 자신의 결정이라고 했는데, 볼턴 보좌관이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 데 분노했다는 것이 폴리티코의 설명이다.

급기야 전격 경질 전날인 9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이 캠프 데이비드 회동을 놓고 격한 언쟁을 벌였다고 이에 대해 잘 아는 인사들이 CNN에 전했다.

언쟁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벌어졌으며, 두 사람의 만남이 끝날 무렵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에게 사임을 요구했다고 한 고위 관료가 전했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은 ‘맞수’인 폼페이오 장관과의 주도권 쟁탈전에서 밀린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WP는 이날 경질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가장 강력한 ‘적수’(adversary)였던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볼턴의 승리(비밀회동 취소) 이후 곧바로 이뤄진 것”이라면서 권력다툼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경질 발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볼턴과 내가 의견이 다른 적이 많았다”면서 “대통령은 신뢰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그들의 노력과 판단이 미국 외교정책 이행에 있어 자신을 이롭게 하는 사람들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 볼턴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둘 사이의 긴장은 최근 몇 개월 사이에 더 격화됐다고 한다. WP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개인적으로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야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비판하고,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의 비유연성과 비타협적 관점을 비판했다.

아프간 외에 다른 현안들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다양한 불화도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NYT는 지난 6월 미군 무인정찰기 격추에 대응한 대이란 보복 공격 취소, 같은 달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최근 몇 달 새에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긴장이 더욱 악화했다고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선호했고, 북한의 최근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등 발사체 발사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신문은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당시 볼턴 보좌관이 수행하지 않고 몽골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부각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일본을 방문한 볼턴 보좌관이 당시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다르게 본다”면서 의미를 축소한 것도 북한 문제를 둘러싼 견해차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몰아내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에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볼턴 보좌관의 오랜 목표인 이란 정권교체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부인한 것도 불화의 씨앗이 됐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간 갈등의 핵심에는 뿌리 깊은 철학적 차이가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에서의 군사적 도전에 깊은 회의를 가지고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약속한 반면, 볼턴 보좌관은 워싱턴의 가장 거리낌 없는 매파이자 국가이익 수호를 위한 동정심 없는 ‘미국의 힘’ 주창자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둘 사이의 불화는 정책 이견뿐 아니라 ‘개성’ 차이에도 기인한다고 NYT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에게 결코 부드럽게 대하지 않았고, 이는 종종 백악관에서 ‘치명적인 다이내믹(역학)’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CNN은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팀 내 고위인사들 간의 불화가 전면적인 적대 관계로 발전해 볼턴 보좌관이 주도하는 측과 나머지 인사 간에 깊은 ‘단절’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CNN은 볼턴 보좌관을 몰아내려는 트럼프 행정부 내 인사들의 ‘작업’이 최근 몇주 사이에 활발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을 교체하라는 다수의 전화와 호소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개월에 걸쳐 볼턴 보좌관의 이란, 베네수엘라, 아프가니스탄 관련 언급에 점점 더 격노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더는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어젠다를 옹호하는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을 감지한 인사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볼턴 보좌관을 교체하도록 더욱 강하게 압박했다고 한다.

특히 폭스뉴스의 진행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외교 참모’로 알려진 터커 칼슨은 지난 수개월 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볼턴 보좌관을 해고하도록 종용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국가 안보 이슈 추진에 있어 대통령과 견해를 공유하지 않는 보좌관을 두는 것은 어리석다는 이유에서였다.

칼슨 외에 여러 명의 고위급 행정부 관리들도 볼턴은 ‘한팀’이 아닌 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대적으로 언론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특히 캠프 데이비드 회동 취소와 관련, 볼턴 보좌관이 ‘누설자’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각료들도 볼턴 보좌관과 측근들이 정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무기화할 것을 우려해 민감한 회의에서는 이들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볼턴 보좌관은 이란과의 직접 협상과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 일원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대했다고 WP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전쟁광’이라고 조롱해왔다는 점도 새삼 주목된다.

지난 5월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존(볼턴)이 맡았다면(If it was up to John), 지금 4개의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트럼프 행정부 한 고위관리의 전언을 소개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과 러시아 정책 등에 대한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TV에 출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두 사람의 입장차를 잘 보여준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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