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후원해온 2개 위원회에 복귀…의원 5명에 후원금
북한·이란을 ‘불량정권’ 지칭…"믿을 수 있는 안보정책 추구"

존 볼턴 정치활동위원회(PAC). 웹사이트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안보정책을 둘러싼 의견 충돌로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백악관을 떠난 지 사흘 만에 자신이 운영하던 후원회 활동을 재개하는 등 정치 행보에 나섰다고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작년 4월 백악관 입성 전까지 자신의 이름을 딴 ‘존 볼턴 정치활동위원회(PAC·팩)’와 ‘존 볼턴 특별정치활동위원회(Super PAC·슈퍼 팩)’ 등 2개의 팩을 운영했다.

이들 팩은 강력한 국가안보 정책 추구와 이를 우선시 하는 보수적 지도자 지원 활동을 목표로 한 정치후원 단체이지만, 볼턴 전 보좌관은 백악관 업무를 시작하면서 활동을 중단했다.

팩 홈페이지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경질 사흘 만인 이날 공화당 소속 상·하원 의원 5명에 대해 지지를 확인하면서 이들 캠프에 1만달러씩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상원의 톰 코튼(아칸소), 코리 가드너(콜로라도),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의원과 하원의 애덤 킨징어(일리노이), 리 젤딘(뉴욕) 의원이다.

볼튼 전 보좌관은 “이 현직 의원들이 가진 경험은 이란이나 북한과 같은 국제적 테러리즘과 불량 정권으로부터 우리가 직면한 위협에 대해 주목할 만한 이해와 지식을 제공한다”고 후원 배경을 설명했다.

이 2개의 팩은 2014년 이후 150만달러를 후보자 기부에 사용하고, 국가 안보를 지원하기 위해 618만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두 팩의 계좌에는 240만달러가 예치돼 있다고 WP는 전했다.

‘슈퍼 매파’로 불리던 볼턴 전 보좌관의 이런 움직임은 대외 안보 정책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보여온 데다 경질 과정을 둘러싸고도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은 와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며 “나는 존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고 트윗을 통해 경질 사실을 알렸다.

언론에서는 경질 사유로 아프가니스탄의 무장 반군인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에 반대한 게 가장 컸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볼턴 전 보좌관이 제시한 ‘리비아 해법’이 큰 잘못이었다고 문제 삼았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은 경질 사실이 알려진 당일 트위터에 자신이 먼저 사임을 제안했다는 글을 올리며 불명예 퇴진이 아닌 자의에 의한 사임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또 언론에 “적절한 때에 발언권을 갖겠다”는 말을 남겨 볼턴 전 보좌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많은 전직 참모가 좋지 못한 모양새로 백악관을 떠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적(敵)으로 돌아선 전철을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실제로 볼턴 전 보좌관이 이날 의원 후원 사유를 설명하면서 이란과 북한을 콕 집어 언급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과 이들 문제에서 정책적 견해차가 컸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일 수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에 대해 리비아 지도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의 죽음으로 귀결된 ‘리비아 모델’을 비핵화 해법으로 제시하고, 이란에 대해서도 백악관 입성 전부터 정권교체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 이날 팩 홈페이지를 통해 “팩과 슈퍼 팩은 불변성과 단호한 결심에 기초해 강하고 분명하며 믿을 수 있는 미국의 국가안보 정책을 추구한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한편에서 즉흥적이고 변덕이 심하다는 비판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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