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은 인간사와 같아…벌 세계 이해하고 적응하는 양봉가 돼야"

윤여한 명장은 “아직 명장이라는 칭호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며“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양봉사업에 끊임없는 연구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벌 세계는 인간사를 축소 시킨 것처럼 엄격한 규율과 역할이 주어지는 세계이며 신비로운 작은 우주와 같다.”

예천군에서 유일하게 경북농업 ‘양봉 명장’ 칭호를 얻은 윤여한 (61·통명리 땅골못길 196-23) 씨는 36년째 양봉을 하고 있다.

반평생을 벌 연구에 매진해 온 그는 매년 장원 여왕벌 생산을 위해 일반 벌이 근접하지 않는 섬을 찾고 있다.

지난해 올해만도 울릉도·한산도·위도(부안군)·사랑도 (통영) 등 벌의 환경변화에 따른 관찰과 여왕벌·일벌·수벌의 활동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장원벌은 2008년 곤충연구소 내에 양봉 육종센터를 설립하면서 진흥청과 예천 양봉협회와 예천군이 세계 우수한 벌들을 ‘모자회교’ 방식으로 순계를 찾아서 탄생한 우수한 벌이다.

3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예천읍 우계리가 가까운 곳이지만 행정구역상은 통명리인 윤 명장의 청하꿀양봉농장을 찾았다. 들어서는 입구에는 웅장한 소나무 한그루가 낯선 이에게 길을 열어 주 듯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작은 땅 골 못이 내려다보이는 낮은 언덕에 자리한 그의 집은 앞으로는 작은 못이 바로 내려다보이고 깔끔한 정원 속에 벌통들이 행진을 하 듯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윤 명장은 27살 젊은 시절 현대자동차 등 직장 생활을 2여 년 하다 이웃이 양봉하는 것을 늘 관심 깊게 지켜보다 파브르 곤충학자처럼 “벌이 꽃가루를 뒷다리에 달고 오는 것을 보고 신기해 벌과의 만남을 시작했다”고 했다.

전국최대 여왕벌 생산 보급기지 3개소(도내) 1만 6,000㎡를 설치하고 2018년 현재까지 보급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도내 23개 시군 285호에 7,505마리의 장원여왕 벌을 보급하고 있다.(지난해 울릉도)
△힘든 시기 이겨내며 양봉 명장으로 가다.

예천에서 지금 사는 이 땅 골 동네에서 태어나 동부초·예천중·대창고를 나와 직장 생활을 좀 하다 나와 IMF 전이라 막상 장사하려고 해도 자본금도 없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양봉을 시작하게 됐다. 그때부터 예민한 벌과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생산력 증대를 위한 끊임없는 연구과 기술 개발에 정신없이 한평생을 달려왔다.

노하우 기술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가 없는 것이 꿀 사업이다. 다들 만만히 보면 안 된다. 우리 같은 사람을 벌 쟁이라고 부른다. 쟁이는 곧 장인이다. 똑같은 꿀을 떠도 비결을 가진 벌쟁이와 일반인이 할 때는 생산성이 다르다.

△장원벌 탄생은?

2001년쯤 벌 육종 개발 사업을 그 당시 내가 소속된 예천군 ‘로열젤리 작목반’에서 진흥청 관련 부서 등에 의견을 제시했지만, 진전이 없어 2008년 예천군 효자면 곤충연구소 내에 양봉육종센터를 건립한 후 2014년 실증시험 양봉 연구 농업인으로 참여해 대한민국 최초 정부장려품종 꿀벌 1호 ‘장원’을 품종 등록했다.

전국 최대규모 장원 여왕벌 생산 보급기지 3개소(도내) 1만6000㎡를 설치하고 2018년 현재까지 보급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도내 23개 시군 285호에 7,505마리의 장원여왕 벌을 보급하고 있다.

장원벌은 꿀 생산능력이 일반 벌보다 평균 40% 정도 많게 생산되고 일반농가 평균소득대비 30% 이상 소득이 높다. 벌통당 꿀 생산량(23.3kg)도 세계 평균과 비슷한 수준으로 앞으로 수입 꿀과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보급기지 섬에는 장원 여왕벌 생산을 위해 들어간다. 사 군상 (사통 문, 4곳) 벌통을 사용하는데 격리된 통 안에 4마리의 인큐베이터 안에 든 여왕벌을 가지고 들어가 안착해 수벌·일반 벌 2,400마리 정도가 함께 생활한다. 그곳에서 교미하고 알을 낳고 여왕벌 생산 등에 대해 관찰하고 연구한다.

3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자신의 청하 꿀 농장에서 벌통속의 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
△자신만의 양봉 비결.

예천군의 배려로 시험 연구 농업인으로 끊임없이 벌과의 생활을 유지하며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공 비결이다.

당연히 부지런함과 벌의 세계를 이해하고 적응할 줄 아는 양봉가가 돼야 한다. 나만의 헛계상 기술이 있다.

벌의 생리와 병충해 생리를 잘 이해해서 친환경 관리법을 응용하는 특별한 기술이다.

여기다 양봉가 누구나 그렇지만 여왕벌 수벌 일벌 등이 환경 속에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하는지를 잘 관찰하고 항생제 약재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양봉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습관처럼 양봉을 시작하면서 벌의 요일별 주일별 달 별 관찰과 종의 역할, 교미, 꿀 수확량 등을 매일 체크 한 데이터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

△양봉하면서 힘든 시기는 .

막막할 때가 있었다. 양봉을 처음 시작 하고 2년쯤 지나서 판로가 어려워 막상 꿀 떨어지면 돈 떨어진다는 양봉가들의 말이 있지만, 꿀은 남아있고 상당히 어려웠다. 처음 양봉 사업을 시작하면서 2번에 거쳐 벌통에 벌이 사라져 애를 먹었다. 벌 질병 관리에 지식이 없어서 벌이 다 집을 나간 것이다. 빈 벌통만 쳐다보고 한숨만 쉰 적도 있다.

농사짓는 사람들 누구나 한번 시련이 오면 그만둘 생각은 한다. 그때가 그 시기다. 그러나 그 고비만 이겨내면 언제 그랬냐듯이 벌과의 인연은 숙명적이 되어 버렸다. 다른 직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지금까지 벌과 살고 있다. 벌은 나의 가족과 같고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앞으로 경북 양봉 사업 전망.

경북도 꿀벌 사육 군수는 37만 군으로 전국 1위(19%)를 차지하고 있다. 장원벌 생산으로 한국의 양봉 농가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2018년까지 7,500여 마리 장원여왕 벌을 보급했는데 향후 경북도 전체 농가게 보급하면 꿀 생산량이 1,200톤 정도 늘어나 150억 원의 농가소득이 증대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 꿀 시장에 경쟁력 있는 사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윤 명장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아빠가 부럽다는 딸의 말을 좋아한다”며 “벌이 정말 예쁘다”고 했다. 또 “쏘는 것에 무서움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벌과 하루만 같이 있으면 벌을 만지게 된다. 벌을 키우다 보면 인생이 보인다. 벌의 군집 생활 속에 일벌과 수벌 여왕벌의 역할이 나뉘어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고 시기가 되면 일벌이 수벌은 쫓아내고 여왕벌을 지키고 꿀을 모으는 등 꿀의 생태계가 사람이랑 흡사해서 벌 세계로 들어서면 누구나 빠져든다”고 덧붙였다.

이상만 기자
이상만 기자 smlee@kyongbuk.com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안동, 예천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