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서 아코디언 연주하는 이항봉 옹 "주민들과 오해 풀렸으면"

추석을 맞은 성일가 풍경.

추석 연휴가 끝나는 지난 15일 오후.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흐르고 가을 햇살이 가득한 촌길을 달려 ‘배우의 신화’고 신성일씨가 잠들어 있는 영천시 괴연동 성일가를 찾았다.

채약산 자락에 자리한 성일가에는 산새 소리와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바람 소리만 고요하게 들려온다.

주인을 잃은 백두와 딤프가 성일가를 지키고 있다.

성일가 앞마당 작은 연못에는 비단잉어들이 노닐고 있는 반면 고 신성일씨와 살아생전 같이 산책하고 뛰어놀던 진돗개 백구와 풍산개 딤프는 주인을 잃은 채 청기와 마당 한쪽에 힘없이 홀로 빈집을 지키고 있었다. 또 마당 곳곳에는 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밤나무의 밤과 모과, 감들이 가을 햇살에 익어가고 있다.

성일가 방명록 추모의 글

성일가 한쪽에 마련돼 있는 방명록에는 ‘위대한 대 배우여 편히 잠드소서, 지난 세월 영화로 인해 많은 것 배웠습니다. 길이 보존하겠습니다. 저 세상에서도 영화와 함께 지내십시오’라며 부산·대구·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찾은 방문객들이 배우의 신화 신성일씨를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는 진심이 묻어나는 글들로 가득하다.

이항봉 동네 어르신이 성일가 정자에서 아코디언을 키며 적적함을 달래고 있다.

오후 2시께 한 어르신이 성일가 정자에 앉아 막걸리 한잔과 함께 아코디언으로 ‘짝사랑’을 연주하며 한적한 이곳의 쓸쓸함을 달래고 있다.

성일가 바로 앞 동네에 사신다는 이항봉(82) 씨는 “신 선생과 동년배라서 평소에 잘 알고 지냈으며 여기서 함께 맥주 마시고 이야기하며 즐겁게 보냈다”면서 “마을 사람들을 스스럼없이 대해주고 잘 해줬는데 우리가 더 잘 못 해줘 미안하다”고 회상했다. 또 “좋은 일 잘한 일은 온데간데없고 일부 사람들의 나쁜 말이 와전돼 미안고 아쉽다”고 말했다.

한 방문객이 고 신성일씨를 생각하며 성일가를 둘러보고 있다.

여기 괴연동이 고향인 구성오(45) 씨는 “이 동네 이사와 대배우가 아닌 보통사람처럼 주민들과 소통하고 함께 잘 지냈습니다” 더욱이 “어버이날이면 마을 어르신들을 초청해 성일가에서 경로잔치를 열어주는가 하면 복날에는 수박과 보신탕을 사서 동네주민들과 함께 나눠 먹고 했습니다”고 기억했다.

특히 구 씨는 대배우 신성일씨가 대구 뮤지컬 이사장을 할 때 사비를 털어 2년 동안 동네 사람들을 뮤지컬 관람을 시켜주는가 하면 성일가에서 가을 음악회를 열어 어머니를 비롯한 농촌 어르신들이 유명 공연을 보는 기쁨도 만끽했다는 것.

또 평소 마을 주민들에게 먼저 인사하는가 하면 어르신들이 승강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면 영천까지 직접 태워주는 등 대배우로서의 형식이 아닌 실제 동네 주민으로 행동하고 생활해 대부분 동네 주민들이 좋아했다며 자식의 한 명으로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고 신성일씨는 영화에 못지않게 채약산 자락에 자리 잡은 영천에 대한 사랑도 지극했다.

한편 동네 어르신들은 고 신성일씨가 타계한 지 1주년(11월 4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시민들에게 신성일씨와 동네 주민들에 대한 오해가 아닌 진실들을 알려주고 싶어 했다.

고 신성일 묘

또 마을 주민들은 신성일씨가 영천까지 내려와서 영천이 많이 알려졌고 시민으로, 동네 주민으로서 기뻤다면서 남이섬 등이 드라마 한편으로 유명세를 타고 관광지가 되듯이 배우의 신화이고 전설인 신성일씨의 꿈인 영화 박물관 등을 조속히 건립해 ‘성일가’가 관광 명소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천시는 신성일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권오석 기자
권오석 기자 osk@kyongbuk.com

영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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