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지난 주 주말, 추석 명절 기간인 9월 14일(토)과 15일(일) 저녁 7시에 동구 이시아폴리스 롯데몰 중앙광장에서 ‘광장 오페라’ 공연이 있었다.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일환으로 추석 명절을 맞아 우리 지역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간에서 광장오페라 ‘사랑의 묘약 & 라 보엠’을 준비했다. 오페라 전문극장이 아닌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은 오페라를 낯설고 어렵게 여기는 분들을 위해 무대와 객석의 간극을 최소화하고 관람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누구나 무료로 오페라 공연을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였다. 이는 오페라 도시 대구에서만 가능한 일이라 자부할 수 있다.

지난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처음 선보인 ‘광장 오페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러 오페라의 광장 장면을 실제 야외 광장에서 재현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었으며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기간에 매년 시민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다음달 10월 3일(목)에는 대구광역시 북구 침산동에 위치한 삼성창조캠퍼스 야외무대에서 ‘광장 오페라’ 공연 30분 전에 대구광역시의 자매 도시 히로시마와의 교류 음악회인 ‘대구, 히로시마 교류기념 갈라콘서트’가 먼저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올해 광장오페라는 연출가 이혜경의 연출로 진행되었는데 지난해에 선보인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2막 ‘모무스 카페’ 앞 광장 장면 이전에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광장 장면인 ‘약장수의 아리아’가 추가되었다. 약장수가 광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묘약을 팔면서 자연스럽게 오페라 속으로 시민들을 함께 참여시키며 오페라를 시작한 것이 지난해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겠다. 이날 광장오페라에서 약을 판 약장수는 베이스 윤성우가 맡았으며 그와 함께 대구오페라하우스 상주 오페라 전문 합창단 ‘대구오페라콰이어’가 군중을 휘어잡은 바람잡이 역할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사랑의 묘약’에 이은 ‘라 보엠’ 2막 ‘모무스 카페’는 주인공 로돌포와 미미, 그의 친구들이 광장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 분위기를 만끽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특히 무제타의 아리아, 일명 무제타의 왈츠 ‘내가 혼자 길을 걸을 때’를 열창할 때는 많은 분들이 익숙한 듯 귀를 쫑긋 세우고 감상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번 공연의 무제타는 소프라노 소은경이 맡아 열연을 펼쳤으며 테너 오영민(로돌포), 소프라노 이지혜(미미), 바리톤 강민성(마르첼로), 바리톤 박준표(쇼나르), 베이스 장경욱(콜리네), 베이스 한준헌(알친도로), 테너 김주영(파피뇰)이 출연하였다. 아울러 대구오페라콰이어와 함께 어린이 합창단 유스오페라콰이가 광장오페라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였다.

이날 관객들 사이에 서서 함께 공연을 지켜보던 필자에게 관객들이 보여주시는 다양한 반응은 아주 흥미로웠다. ‘아~ 라 보엠! 고등학교 때 봤다. 베르디 작품이제, 아이다 푸치니...’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여성 그룹들, 한편에서는 ‘여기 뭐하노? 마술하나? 뮤지컬? , 오페라라 안카나... 알았다 가자... 나는 이런 거 좋아하는데...’라고 하는 남녀 커플. ‘엄마, 오페라가 뭐야...? 글쎄... 함 봐봐’라며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와 어머니의 대화까지 오페라를 보는 재미와 함께 광장오페라에는 극장 안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재미가 함께 하는 매력이 있다.

국제적인 문화도시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의 하나는 시민들이 함께하는 광장문화가 매우 발달되어있다는 점이다. 아시아의 문화 선도 도시 대구의 광장에 국제오페라축제 기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일상의 무거운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함께 머무르며 즐길 수 있는 광장문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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