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4월 마지막 날에 대구 진출을 확정, 발표했다.

그동안 대구에 진출했던 외지 유통업체들의 행태에 대한 시민들의 곱지않은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이날 현대백화점그룹 경청호 부회장이 직접 참석, 기자회견을 이끌었던 점이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이날 현대백화점 측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선물 꾸러미를 풀어놨다.

△대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하는 '사실상의 현지법인' 시스템으로 운영 △500억 원을 대구은행에 장기성 예금으로 예치 △백화점 건립(2천억 원)에 지역 건설업체에 일정한 역할을 부여 △기업이익의 대구지역사회 환원 등이 주요 골자다.

현대백화점은 "지역브랜드 활성화, 고용창출, 지역업체 활용 등으로 매년 1천200억 원이 대구경제에 유입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발표했다.

이런 주장을 곧이 곧대로 듣자면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과 유통업 붕괴 등의 현실적인 부작용은 묻히고 지역민으로선 귀가 솔깃한 면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실천이다.

지난 2002년, 2003년 롯데백화점이 대구에 진출할 때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명분으로 내세웠던 점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 상황이 거의 흡사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롯데백화점은 당초 약속을 저버린 채 지역에서 '단물'만 쏙 빼먹고 지역기여도에서는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다. 그래서 지역민들은 그들을 시민들의 돈만 빨아드리는 '블랙홀'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순간적인 이익을 쫓는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무리 대기업인 현대백화점 일지라도 짧은 기간내 여지없이 무너질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에 대구시민과 대구시를 상대로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 대기업에 걸맞는 신뢰를 갖추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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