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 갔다가
나는 간혹 불 꺼진 텅 빈 병실에 숨어들어 아무 침대에나
한번 누워본다

그러면 예전에 누군가 거기 누워 앓았던 병이 내 것인 것만 같고
나는 어느새 그 병을 이겨내고 이윽고 퇴원 준비를 하는 사람 같고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하고 간호사가 물으면
배시시 웃으며 옛날 생각나서 한번 와봤어요, 하고 말해 준다
그럼 간호사도 웃고 / 병실 동료들도 웃고
수호천사도 웃어

우리 여기 들어가서 잠깐 같이 누워볼래?
하고 말해 주던 엉뚱하고 대담한 사람이 있었다
둘이 몰래 들어갔다
그것으로 잠시 회복하고

누구도 들렀다 가지 않은 것처럼
둘이 몰래 조용히 빠져나온
밤의 병실이 있었다




<감상> 밤의 병실은 몸이 아프면 잠시 들렀다 가는 장소이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이별의 장소이다. 누구나 몸과 마음이 아프면 잠시 회복하고, 같이 한 이불 덥고 누웠던 사람조차 떠나고 없기 때문이다.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병실에 있었던 것인지, 들렀다 가지 않은 것인지 비몽사몽인 게 인생이다. 지금 여기서 살고 있는 것 자체가 꿈을 꾸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다만 문병 가듯이 서로 연민하고 동정하고 살아가야 삶이 덜 외로울 것이라는 것만 알 뿐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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