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 박사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 박사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약자이다. 이 말이 유행어가 된 이유는 자신과 남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이중 잣대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자기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하다. 임명 전부터 줄기차게 사퇴를 주장해온 조국 법무부장관 블랙홀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5촌 조카의 구속으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에도 아랑곳없는 법무부와 검찰의 공세는 그야말로 양쪽 다 난공불락의 형세이다. 탄핵정국에서도 하지 않았던 야당대표의 삭발 릴레이는 지지와 야유를 한꺼번에 받고 있으며, 국회의원 ‘3대 금지’ 쇼라고 전제한 야당 중진의원의 발언과 여론의 냉소에도 아랑곳없이 삭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식은 부모의 분신이다. 자식의 일이 곧 자신의 일이며, 누구나 자식에게만큼은 관대하다. 대다수 일반가정에서 일어나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자유롭지 않은 이유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듯이 그래서 때로는 부메랑이 되어 부모가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오죽하면 자식은 전생의 빚쟁이이라고 할까. 남의 허물을 들추기보다 자신의 허물을 바라봐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 전반의 모순과 허점을 들추어내기 충분했다. 조국 장관 자녀의 표창장은 급기야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의 특혜 의혹, 윤창호법을 위반한 장제원 아들 음주뺑소니 사고와 운전자 바꿔치기, 그리고 과거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을 황교안 대표의 두 자녀가 나누어 수상했던 의혹이 20·30대 젊은층의 분노와 허탈감을 자아내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은 삭발투쟁과 더불어 정치에 대한 혐오를 가중시켰다는 비판이다. 결국 세상을 바꾸자고 하면서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한 사회’가 과연 이런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지금의 국민 여론이며, 드러나지 않는 계급주의가 부모와 자식 간에 편법 대물림되는 잘못된 사회구조였음을 이번 사태를 통해 알게 되었다.

법은 만인에게 공평해야 한다는 논리는 ‘장삼이사’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따라서 자신의 잣대에 맞춰 재단하는 법이야말로 용서받지 못할 범죄이다. 조국 장관의 가족에 들이댔던 잣대와 기준을, 형평성에 맞추어 우리 사회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것은, 그만큼 기득권사회에 대한 불신과 지배층이 가진 논리를 부정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지배층 형성에는 다수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카르텔이 존재하였고, 그들은 그래도 된다는 암묵적인 환경이 용납되었다. 평등, 공정, 정의는 그동안 만연했던 사회 구석의 병폐와 수구적 적폐들의 청산과 함께, 이제는 철옹성 같았던 그들만의 부도덕함을 조명하고 있다. 온갖 불법과 탈법이 난무했던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자식사랑 내로남불’에서 정치권은 시민을 볼모로 반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불의에 항거해 탄생된 촛불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국가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암묵적인 특권과 반칙을 앞세운 그들만의 파렴치한 ‘내로남불’을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이번 기회에 보수와 진보를 떠나 우리사회의 리더를 자처하는 위정자, 재벌과 기업인, 지식인들을 총망라하여 불법과 탈법에 대해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평등, 공정, 정의가 힘없고 배경 없는 약자들을 현혹하는 달콤한 용어가 아니라면, 오늘을 만족하는 세대를 넘어 미래 세대에게 믿음과 정의에 대한 실천 그리고 우리사회 평등에 대한 잣대를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그에 알맞은 시기가 있으며, 그 시기를 놓치면 성공할 수 없다. 어쩌면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지금이 ‘사회적 평등’의 기준과 잣대를 수정해야 할 적기 일 수도 있다. 기성세대는 미래세대에게 떳떳할 수 있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어떤 것인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부모가 자식을 관대하게 대하는 ‘자식사랑 내로남불’ 그 이상의 가치 있는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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