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트럼프, 뉴욕서 9번째 정상회담…3차 북미회담 겨냥해 "싱가포르 합의정신 유효"
"北 대화재개 의지 긍정평가…조기 북미 실무협상서 실질진전 이뤄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텔 바클레이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열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텔 바클레이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열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한미 정상은 23일(현지시간) 북한의 대화 재개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조기에 북미 실무협상을 통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나가자는데 합의했다.

두 정상은 특히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70년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내용의 ‘싱가포르 합의’ 정신을 유지하고 북한을 상대로 무력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또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보의 핵심축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고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는 공통의 입장을 확인함으로써 지난 달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불거진 동맹 균열 우려를 불식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의 숙소인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회담을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두 정상 간 회담은 이번이 9번째로, 이날은 65분간 머리를 맞댔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보인 북미대화 재개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함을 재확인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4개 항의 공동성명에 서명한 바 있다.

비록 하노이 담판이 ‘노딜’로 끝나 교착이 장기화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협상 재개 국면에서 세계사적인 성공을 거뒀던 싱가포르 회담 정신을 상기하면서 실질적인 성과 도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조만간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열리리라 기대한다”며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아마도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세계사적 대전환, 업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는 매우 좋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도 매우 좋다”며 “(대북) 제재 조치는 증가했지만 인질과 미국 장병 유해도 송환됐고, 이런 조치가 추가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봐야 하지만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해나갈 방향을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는 실제로 싱가포르에서 합의문에 서명했다. 우리는 실제로 2차례의 매우 좋은 회담들을 가졌다”고 말해 앞선 북미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를 기초로 협상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실질적 진전을 이루려는 의지가 강함을 확인했다”며 “두 정상은 (북미 간) 실무협상이 3차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실질적 성과 도출을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양 정상은 한미 양국이 대북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할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두 정상은 대북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이런 사실을 전하며 “두 정상은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기존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새로운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이날 회담에서 거론되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리비아 모델’(선 핵 폐기-후 보상)을 비판하며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른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그렇지만 두 정상은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 시 실질적 진전을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두 정상은 모두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진전시키기 위한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또 대북 제재가 유지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 교환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위해 무엇이 요구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글쎄, 지켜보자”라며 “지금 사람들은 그것(3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길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그것으로부터 무엇이 나오게 될지 알기를 원한다. 우리는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에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혀 실무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도 회담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한미동맹과 관련, 두 정상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보의 핵심축으로 추호의 흔들림 없음을 재확인하는 한편 양국 경제협력을 포함해 호혜적·포괄적 방향으로 한미동맹을 지속해서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최근 지소미아 종료 선언으로 불거진 한미 간 균열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동안 한미동맹은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경제면에서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많은 한국 기업이 대미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LNG의 추가 수입 결정과 현대차의 미국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와의 합작사 설립을 거론하며 “한미동맹을 더 든든하게 발전시키는 것”이라고도 했다.

양 정상은 조만간 협상에 들어갈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논의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상호 호혜적이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두 정상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 들어 지속해서 증가하는 국방예산 및 미국산 무기 구매 증가, 분담금의 꾸준한 증가 등으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등에 기여한 점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한국 정부의 무기구매 현황은 물론 향후 3년간의 계획을 밝혔다고 이 관계자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모두에 “한국의 군사장비 구매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은 논의를 할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최대 군사장비 구매국이다. 우리는 굉장히 그동안 잘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문제는 물론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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