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행장 3명이 나란히 법정에 섰고, 직전 행장이 구속돼 있는 대구은행의 새 행장을 뽑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외부 출신의 김태오 회장이 DGB금융그룹의 최고 경영자에 취임했고, 올해 1월 29일부터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다. DGB금융은 올해 상반기 2016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금융지주 설립 이후 최대 이익으로 경영 안정을 되찾고 있다.

대구와 경북의 상공인들이 김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을 찬성한 것은 당시 2년 가까이 지속돼 오던 지역은행의 분란을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전임 회장이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으로 물러난 뒤 지역 상공인들의 기대처럼 경영 안정에 기여했다.

하지만 행장 선출을 놓고 우려도 적지 않다. 대구은행의 행장은 지난 20여 년간 내부 출신을 발탁해 왔다. 이 때문에 순혈주의의 폐해가 이어져 행장이 구속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출신 지역과 출신고교, 출신 대학 등 연고주의가 팽배해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해 DGB금융그룹이 새로운 인사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DGB금융그룹의 ‘차기 은행장 육성 및 승계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DGB금융그룹 임원 19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코칭을 통해 리더십을 기르고 그 가운데 최종 한 명을 행장에 임명한다는 것이다. DGB금융그룹은 이들 임원 19명 가운데 올 연말 행장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하고, 6개월 동안 실무역량 강화 교육을 거쳐 내년 7월에나 한 사람을 낙점할 계획이다.

DGB금융그룹의 차기 행장 선출 작업은 이미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7개월 만인 지난 20일과 21일 양일 역량강화 교육으로 전체 과정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양일 간에는 회장과의 면담, 전문강사와의 1대 1 코칭, 경영 심층 과제 토론 등이 이뤄졌다고 한다. 대구은행은 이 과정에 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개인별 코칭으로 경영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는 자평이다.

하지만 이 같은 행장 선출 방식에 대한 우려도 있다. 리더십 강화와 역량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1년 넘는 긴 기간동안 코칭 과정을 거치면서 김태오 회장 체제 강화를 위한 줄세우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DGB는 올 연말 은행장 후보자별 전략과제 발표 등을 거쳐 종합평가한 후 후보를 압축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종합평가 방식이나 평가 기관은 함구하고 있다. 전문 컨설팅 기관이 맡고 있다지만 평가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차기 은행장 선임에 추호도 잡음이 일게 해서는 안 된다. 그간 대구은행이 지역민과 고객으로부터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은행장 인사부터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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