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에 유머처럼 늙은 개를 모시고
할머니가 백 년 복사꽃 나무 아래로 간다.
바람이 불자 백 년을 기념해 팡파르를 울리듯
공중에 솟구쳤다가 분분이 휘날리는 복사꽃잎, 꽃잎
백 년 복사꽃 나무 아래로 가는 할머니의 미소가
신라의 수막새에 그려진 천년 미소라
유모차에 유머처럼 앉은 늙은 개의 미소도 천년 미소라
백 년 복사꽃 나무 아래 천년 미소가 복사꽃처럼 피어나간다.
그리운 쪽으로 한 발 두 발 천년이 간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할머니 앞에
지퍼가 열리듯이 봄 길 환히 열리고 있다.





<감상> 언어 유희적으로 유모차는 유머(humor)를 싣고 다니네요. 유모차를 밀고 가는 백세의 할머니도 유머스럽게 백년 복사꽃 아래로 걸어가므로 천년 미소를 지을 수밖에요. 그것도 신라의 수막새에 그려진 천년 미소와 너무 닮아있지요. 이 장면을 바라보는 선녀들도 수막새에서 악기를 켜고 있을 것 같고요, 유모차에 앉은 늙은 개도 천년 미소를 지을 것 같아요. 할머니와 복사꽃 나무와 늙은 개가 하나의 시·공간 속에 놓여 있으므로 같은 빛깔에 놓여 있지요. 같은 빛깔은 같은 그리움 쪽으로 발을 옮겨가므로 천년까지 갈 테죠. 유모차와 할머니 앞에 열리는 봄 길마저 복사꽃이 필 것 같은 천년!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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