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동안 마을 지켜온 끝없이 이어진 푸른 숲길

자천리 오리장림 숲.
가을의 초입. 왕버들 나무, 굴참나무 등 각종 수종들이 숲을 이뤄 장관을 이루고 있는 오리장림을 찾았다.

이 숲은 동양 최대의 천문대가 세워진 영천시 보현산 자락에서 흘러내리는 화북면 자천리를 지나는 고현천변에 제방보호와 마을 수호의 의미로 400여 년 전 마을 주민들이 조성했다.

이러한 연유로 주민들은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 자정에 마을의 평안을 위해 제사를 지내왔으며 숲의 나뭇잎이 무성하면 그 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전해지고 있다.

더욱이 이 숲은 종교적 기능 및 향토성과 마을의 경관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풍치림의 기능을 하고 있는 마을 숲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 제404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오리장림을 가로지르는 개울.
또 화북면 자천리에서 오동리까지 전장 2km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서 오리장림(五里長林)이라 불렸으며 현재는 자천숲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리장림은 35번 국도를 타고 영천 시내에서 화북면으로 달리다 보면 만나게 되는데 수령 약 250∼400년으로 추정되는 6m 이상 높이의 활엽수와 침엽수 등이 어우러져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낙엽 활엽수는 굴참나무를 비롯해 은행나무 1본과 왕버들 37본, 굴참나무 87본, 느티나무 25본, 팽나무 26본, 풍개나무 18본, 회화나무 26본, 말채나무 2본 등 9종 231본이 자라고 있다.

상록침엽수로는 소나무 27본, 해송 5본, 개잎갈나무 19본 등 3종 51본이 있으며 수령은 20~350년으로 오랜 세월 자천리를 수호하면서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서 있다.

영천 자천리 오리장림은 아름드리 거목 숲으로 수령 150년이 넘는 지름 2m, 높이 10여m 이상의 나무 30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굴참나무와 은행나무를 비롯한 10여 종이 넘는 나무들이 우거진 이 숲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층 혼유림이다.
회화나무와 느티나무가 함께 자라고 있는 연리목.
특히 오리장림 내에는 뿌리가 다른 나무줄기가 서로 맞닿아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남녀의 지극한 사랑에 비유되는 ‘연리목’이 자라고 있다.

보통 연리목은 대부분 같은 종류의 나무가 가까이 있을 때 생기는 희귀한 현상인데 이곳 오리장림의 연리목은 수종이 다른 회화나무와 느티나무가 함께 자라고 있어 더욱 신비함을 더하고 있다.
화북면민들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보현산 정상을 향해 제단과 기념비를 세웠다.
마을 주민들은 옛날부터 치수방품림으로 조성된 이곳 오리장림에서 매년 정월 대보름날 자정에 동제(洞祭)를 지내왔으나 잠시 중단되었다가 2003년부터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화북면 이장협의회 주관으로 제를 지내오고 있다.
오리장림 기념비.
또 2010년에는 노후된 제단을 새롭게 정비하고 면민들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보현산 정상을 향해 제단과 기념비를 세웠다.

현재 영천시 자천리 오리장림은 1958년 사라호 태풍으로 각종 수목들이 유실되어 반으로 줄어 들었고 국도 확장공사로 수목이 많이 잘려 사라졌지만 최근 오동리 마을 군락지 등에 어린 묘목을 심어 가꾸어 나가고 있다.
오리장림의 나무들.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어 노을이 질 때면 오리장림의 아름다운 숲길은 나무 사이로 비추어지는 은은한 빛무리로 장관을 이룰 것이다.

더욱이 오색단풍이 물든 보현산 자락과 정상에 자리 잡은 천문대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절경을 이루고 인근에 보현산댐 짚와이어, 목재문화체험관, 봉림사, 공덕동 3층 석탑, 옥간정, 모고헌 등의 관광지가 즐비해 관광객들의 힐링과 휴식처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권오석 기자
권오석 기자 osk@kyongbuk.com

영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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