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기획자(ART89)
김경숙 기획자(ART89)

몇 년 전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무척 바빠 보였다. 박사과정에 육아에 그리고 작업….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당차게 작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경계에 있는 것들이 마음에 든다. 그들은 한 지점이나 한 선에 불과한 것들이 아니다. 경계에 이편도, 저편도…. 사실은 모두 다 끌어안을 수 있는 존재들일지 모른다.

경계를 지우는 일도 재미있다.

하나의 존재가 다른 존재를 만나고,

그의 모습이 되어보는 경험을 해본다.

그것이 무엇이든 완성이 더딜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재미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 이원경 작가

이원경 작가는 6월(2019년) 광주시립미술관(하정웅미술관)에서 전시를 끝내고, 파리 이응노 레지던시 6기로 프랑스에 있다. 9월 21일부터 29일까지 프랑스 보쉬르센에 위치한 이응노 아틀리에(Atelier Ung-no Lee)에서 작가 3인의 오픈 스튜디오 <하얀밤. 걷다. 여행자> 展을 개최하고 있다.

이원경 작가의 ‘Flying’

작가의 작품 이미지는 수중이나 공중에 떠다니는 생물이나, 안 보이는 생물체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이미지로 느껴진다.

식물인 듯, 동물인 듯 작품은 애매모호하다. ‘시선 - 세상에 더듬이를 세우고 있는’ 작가는 모호하고 애매해지는 상태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명확하게 정의 되는 것, 이것과 저것의 구분 짓기는 많은 과정의 틈과 여지가 무시되어진다.

‘명석판명한 것은 유한한 감각의 존재를 개념화한다. 삶에서 변화-시간을 제외하면 근거나 원리만 남을 것이고 그것은 생 자체를 딱딱한 고체로 만들고 결국 죽이는 것이다. 생은 무한히 다양한 것들의 차이로서의 무늬를 펼치는 것인데, 명석판명한 인식은 다름 아닌 생을 길들이고 죽이는 폭력인 것이다.’ - 양효실(미학, 비평)
 

이원경 작가

작업을 보면 알루미늄와이어로 실처럼 뜨개질을 한다. 얽고 짜는 뜨개질은 따뜻한 이미지다. 작품에 대해 고민하고, 한 가지 생각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이곳저곳을 작가는 유영한다.

작가는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금속 이미지의 알루미늄 와이어는 뜨개질 기법으로 엮고,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의 이미지는 다시 식물의 형태를 변형하여 동물적 이미지의 자연물로 만들어진다. 완성되어 설치된 기괴한 혹은 괴물 모양에 가까운 유기체 이미지의 작품은 텅 비고 가벼워 위협적이지 않다.
 

이원경 작가

실뿌리를 모티프로 작업을 하고 있다. 뿌리는 땅에 묻혀 보이지는 않지만 토양으로부터 양분을 흡수해서 몸체를 키우고 단단히 지탱하므로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대상인 줄기, 잎, 꽃, 열매에 비해 식물로서의 이미지와 위상이 미미하다. 더구나 실뿌리는 아주 작고 단순한 형태에 육안으로 보기 어려운 것도 있다. 땅속에서 작게 정지된 모습으로 뿌리의 가장 끝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런 실뿌리를 가지고 나는 애매화(?) 작업에 몰 입 한다.’

예술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것뿐만 아니라, 중심에서 비껴진 부분, 소외된 그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원경 작가의 진행 중인 ‘그 부분’은 어떤 공간에서 또 만날 것이다.

작가는 파리의 전시(레지던시)를 끝내고, 그곳 비엔날레도 관람한다고 하였다. 바람이 신선하게 부는 늦가을쯤 작가를 만나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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