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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문화도시 옷 입히자] 2. 자연과 인간예술이 숨 쉬는 도시재생…스톰 킹 아트센터
[포항, 문화도시 옷 입히자] 2. 자연과 인간예술이 숨 쉬는 도시재생…스톰 킹 아트센터
  • 류희진 기자
  • 승인 2019년 09월 25일 21시 46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26일 목요일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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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초원 곳곳에 거대한 조각상…대자연 품은 미술관에 감탄
스톰 킹 아트센터 전경

글 싣는 순서

1. 주민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폐철도’…뉴욕 하이라인

2. 자연과 인간예술이 숨 쉬는 도시재생…스톰 킹 아트센터

3. 환경재생 생태공원 된 ‘폐 정수장’…선유도 공원

4. 포항, 도시 체험형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
 

마크 디 수베로(Mark Di Suvero)의 ‘Pyramidian’

뉴욕시에서 허드슨 강을 따라 북쪽으로 한 시간 가량 올라가면 ‘세계 최대 산업도시’의 모습이 차차 흐려지면서 ‘마운틴빌(Mountainville)’이라는 자그마한 시골 마을에 도달한다.

이름 그대로 산과 계곡이 이어지는 마을을 지나 구불구불한 왕복 2차선 도로를 지나다 보면 주택 단지 한복판에 ‘스톰 킹 아트센터(Storm King Art Center)’로 여행객들을 인도하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 차선도 없는 구불구불한 자갈길을 따라가면 어느새 눈앞에 500에이커(약 60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미술관 건물을 찾던 여행객들은 드넓은 초원 곳곳에 자리 잡은 거대한 조각상들을 보면서 이윽고 이 초원 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 전문 미술관, 스톰 킹 아트센터라는 사실을 깨닫고 감탄하기 시작한다.

많은 전문 사진작가들은 해마다 이곳을 찾아 자연과 작품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담아 가는 한편, 웨딩 사진 촬영 명소로도 유명해 많은 예비 부부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넓은 들판과 언덕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조각 작품들. 멀리서 보면 한없이 작아 보이지만 막상 가까이 가보면 20m에 육박하는 그 웅장함에 놀란다. 그 웅장한 조각품들을 품고 있는 자연의 위대함 또한 새삼스레 느껴진다.

조각품들에 빠져 한참을 구경하다 보니 문득, 도대체 누가 이런 엄청난 규모의 야외 미술관을 계획하고 직접 실행에 옮겼는지 궁금해 진다.

스톰 킹 아트센터의 설립을 주도한 사람은 옥덴(Ralph E Ogden)과 스턴(Peter Stern)이다.

옥덴은 마운트빌에서 ‘Star Expansion Company’라는 각종 나사못, 너트, 볼트 등을 생산하는 제조회사를 운영했다.

스턴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젊은 시절 국무장관을 꿈꾸며 워싱턴 DC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그러나 옥덴의 사위가 된 인연으로 스톰 킹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게 됐다.

1956년 옥덴은 사위 스턴을 불러들여 사업을 맡기면서 일선 경영에서 물러나, ‘가치 있는 소비’를 위해 나섰다.

마야 린(Maya Lin)의 ‘Storm King Wavefield’. 출처=stormking.org

이때 그가 시작한 일이 미술품 수집과 미술관 설립이었다. 하버드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한 스턴 역시 장인어른의 선택에 적극 동참했다.

스톰 킹 중앙의 높은 언덕에 서 있는 본관은 마치 유럽의 고성 같은 느낌을 준다. 현재 이 건물은 실내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에는 비교적 작은 크기의 작품과 바깥에 전시된 대형 작품의 미니어처 등이 전시돼 있다.

하지만 실내 작품감상 보다는 창문을 통해 야외 풍경을 감상하는 장소로 더 유명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비밀’이다.

1935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버몬트 해치(Vermont Hatch)라는 부호의 저택이었다. 옥덴의 절친한 벗이었던 그는 이 건물과 그 주변 부지를 옥덴재단(Ogden Foundation)에 기꺼이 팔았다. 일반 주택이 미술관으로 변화하는 첫 걸음이었다.

1960년 옥덴은 허드슨 강 계곡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을 위해 조그마한 미술관을 건립하면서 미술관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67년 옥덴은 추상표현주의 조각의 대가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의 작품 13점을 구입해 건물 밖에 전시하면서 본격적인 야외 전시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시골 마을의 작은 미술관이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스톰 킹 아트센터로 발돋움한 순간이다.

미술관이 워낙 넓어 미술관 중앙,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본관 건물을 기점으로 운행하는 8인승 골프카트를 타고 한 바퀴를 돌아봐야 전체적인 구조가 어렴풋이 파악될 정도다.

발아래 펼쳐진 푸른 초원 위에, 250점이 넘는 대형 조각물이 여기저기 우뚝우뚝 서 있는 광경을 보면 터져 나오는 탄성을 참기가 힘들다.

마크 디 수베로(Mark Di Suvero)의 ‘Mother Peace‘

멀리서 작품의 전체적인 모습을 감상한 후, 걸어서 작품 가까이 다가가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하다 보면 자연 경관과 산업화의 상징인 철제 조각품들이 조화를 이루며 뿜어내는 묘한 매력에 빠져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스톰킹은 노스 우즈(North Woods), 뮤지엄 힐(Museum Hill), 메도즈(Meadows) 그리고 사우스 필드(South Fields) 등 크게 4가지 구역으로 구분된다.

입구 북쪽에 있는 노스 우즈에는 다소 아기자기하고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는 조각품으로 꾸며져 있다. 앤서니 카로(Anthony Caro), 로버트 머레이(Robert Murray), 조지 컷츠(George Cutts) 등의 작품이 있다.

뮤지엄 힐로 넘어오면 스톰킹 초기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품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빨간 조각품 ‘Five Swords’와 헨리 무어(Henry Moore)의 ‘Reclining Connected Forms’ 등이 대표적이다.

잔디밭과 언덕 등 자연 풍경이 아름다운 메도즈에는 알렉산더 칼더의 ‘The Arch’를 비롯해 알렉산더 리버만(Alexander Liberman)의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마지막 스톰킹의 ‘핵심’으로 불리는 사우스 필드로 가면 마크 디 수베로(Mark di Suvero)의 ‘Pyramidian’ 등 상징적인 작품을 비롯해 마야 린(Maya Lin)의 ‘Storm King Wavefield’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린의 작품은 구불구불한 구릉지를 ‘작품’의 경지로 끌어올린 인기작으로 방문했을 때 빠지지 않고 감상해야 하는 작품 중 하나에 손꼽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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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진 기자
류희진 기자 hjryu@kyongbuk.com

포항 남구지역, 의료, 환경, 교통,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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