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역사서는 붉은 먹으로 물든 쪽수가 거개라고 말한다. 인류의 족적은 핏빛으로 얼룩진 전쟁과 살육의 서사라는 뜻이다.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대제국을 이룩한 칭기즈칸은 그 대명사 격이다.

영국 지리학자 게일은 주장한다. 테무친은 인간이 2300만 갤런의 피를 흘리게 하였다. 그것은 니카라과 강물 폭포가 15초 동안 떨어질 양이다. 몽골인은 남송을 정복하면서 칠천만 명의 인구가 사라졌다.

몽골 제국의 제노사이드 정책은 세계적 기록으로 인정(?)돼 기네스북에 수록될 정도였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마오쩌둥은 그런 칭기즈칸을 ‘일대 영웅’이라 칭했으니 아이러니다. 게다가 워싱턴포스트는 밀레니엄의 첫 번째 위인으로 꼽았다.

영웅은 태어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 독일의 헤겔은 저서 ‘역사 철학 강의’에서 역사적 인물에 대해 논한다. 요지는 역사가 새로운 발전 단계에 이르고자 특별히 개인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그러한 서양사 영웅으로 알렉산드로스·카이사르·나폴레옹·프리드리히를 열거했다. 그들은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아는 선지자였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에 공감한다. 가난뱅이 고아에 탁발승과 도적 떼 출신인 명태조 주원장의 인생 역전은 바로 난세가 낳은 풍운아. 내가 세계사를 접하며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이다. 연전연승 무패의 호걸과 문무겸전 탁월한 지도자.

후세는 알렉산드로스에게 대왕 칭호를 주었다. 그는 위대한 정복자였다. 오늘날 그리스도교 신자들 부모는 자녀의 이름에 ‘알렉산드로스’라는 단어를 애용한다. 영어로는 알렉산더, 약칭 알렉스라 부른다. 인기 미드 ‘CSI: 마이애미’의 FBI 요원 ‘알렉스 우즈’ 역의 여배우 성명도 ‘칸디 알렉산더’이다.

기원전 336년 부친이 암살당한 알렉산드로스는 약관의 나이에 마케도니아 왕좌에 오른다. 이듬해 동방 원정길에 나섰다. 그라니코스 전투를 시작으로 이소스와 티로스, 가우가멜라 싸움 승리로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장악한다.

이어서 29세 때 히다스페스 교전에서 인도의 왕인 포로스를 격파하고 인도 횡단을 시도한다. 하지만 병사들 종군 거부로 포기하고 귀국하다가 바빌론에서 사망했다. 33년의 불꽃같은 삶이었다.

알렉산드로스가 치른 마지막 대전투인 히다스페스는 양동 작전의 쾌거이다. 병법서 ‘삼십육계’에 나오는 제6계의 판박이.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책을 읽다가 일순 놀랐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의 팔레스타인 공격 작전과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엉뚱한 정보를 흘리고 허점을 찌르는 책략. 영국의 사령관 앨런비가 고대의 알렉산드로스를 모방한 듯이 닮았다.

한국판 성동격서인 영덕의 장사 상륙 작전이 한 편의 영화로 재탄생했다. 평균 17살의 젊음들, 겨우 2주간 훈련으로 투입된 772명 학도병 스토리. 트랜스포머에서 열연한 할리우드 여배우 메간 폭스가 종군 기자 역할을 맡았다. 장사리 비극을 일깨우고 홍보하는 또 하나의 계기라 믿는다.

문산호 실물 모형이 설치된 ‘장사 전승 공원’은 약간의 개인적 인연을 가졌다. 2012년 열린 초창기 보고회부터 추진 위원으로 참여한 탓이다. 당시 군수님 의지가 대단했다. 재정이 빈약한 영덕의 미래 관광지로 접근한 것이다. 폭풍우에 대비한 문산호 보강 조치 계획도 그때 이뤄졌다. 작품의 대박과 더불어 조속한 LST 전시관 개관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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