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좁쌀만 한 물집이 생겼는데 가렵다
만지지 않으려고 할수록 자꾸 손이 간다

신경 쓰지 말아야지 하는 사람이
자꾸 꿈에 나타난다

깊은 숲길에서 문득
가만히 서 있던 사람

모른 척하고 지나쳐 버린
무성한 그 숲

그러고는 새벽에 깨어나

우짖다 멀어지는 새소리 듣는다
젖은 바퀴 소리 가까이 다가오다
멀어져 간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나는 전혀 모르겠고





<감상> 상처 난 곳이 아물기 시작할 때, 부스럼 딱지가 내려앉을 때 그 부위가 가렵다. 참으려고 할수록 자꾸 손이 가 상처가 덧나기도 한다. 떠난 사람은 신경 쓰지 말자고, 인연이 아니라고 위안을 삼을수록 그 사람이 꿈속에 자주 나온다. 우연히 마주쳐도 모른 척 지나가고, 추억이 깃든 장소도 그냥 지나치고 만다. 우짖다 멀어지는 새소리 듣듯, 밀물처럼 왔다가 멀어지는 파도소리 듣듯, 젖은 바퀴소리 다가오다 멀어져 가듯 그렇게 내 마음 속에 젖어드는 것은 왜 일까.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신도 모르니 그렇게 흘러가는 수밖에 없다.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