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가는 버스입니다
어서 오르셔요

낯선 행려, 행려자들
너울너울 꽃천지, 붉은 꽃무릇까지도
우리 설움, 사뤄 오르는 삭은 잎사귀도
호올로 앉아 우는 귀뚜라미
모진 고립에
피폭된 시간들도
수런거리는 색깔들도

차가운 여울물 열며
태백의 품으로 돌아가는
각시붕어 쉬리 미유기
눈 맑은 소리들도

하얗게 길 떠나는 억새꽃들도




<감상> 겨울로 가는 버스는 승객들만 타는 게 아니어서 이 시가 재미있다. 기쁨과 설움, 시각적인 것(단풍과 색깔들)과 청각적인 것(귀뚜라미 소리), 물에 사는 것(각시붕어 쉬리 미유기)과 육지에 사는 것(억새꽃)들이 총망라가 되어 있다. 낯선 행려자들이나 낯익은 자들이나 이 버스를 타면 같은 색깔에 물들고, 눈 맑은 소리들로 가득할 것이다. 같은 버스에 타서 계절도 함께 느낄 수 있으므로 우리는 공동운명체에 속한 셈이다. 함께 손잡고 계절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거대한 버스가 도시 사막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버스가 겨울에 도착하면 태백 어디쯤에서 하얀 눈을 맞을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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