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대구 관통하며 강물 불어…동구청, 다리 양쪽 출입구 막아
주민들 "구청 관리 소홀" 지적

제18호 태풍 영향으로 동구 방촌동 ‘강촌햇살교’ 난간이 부서진 채 방치돼 있다. 7일 오후 금호강 생태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난간 없는 강촌햇살교를 이용해 사고위험이 우려된다. 난간 기초가 파손되고 대부분 구간 난간이 떠내려간 강촌햇살교를 시민들이 위험하게 오가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태풍이 대구를 지나간다는 재난방송이 수차례 있었는데, 미리 대비하지 않고 안전시설 다 부서진 다음에 이렇게 막아 놓으면 이동하는 주민은 어쩌란 말이고”

7일 오후 대구 동구 강촌마을과 수성구 팔현마을을 잇는 ‘강촌햇살교’ 출입문 옆 난간을 넘어가던 주민이 불만을 터트렸다. 폭풍우를 동반한 제18호 태풍이 대구를 관통하면서 불어난 강물이 강촌햇살교 난간을 휩쓸었고, 안전시설이 없어지자 동구청이 다리 양쪽 출입구를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동구청이 안전을 고려해 내린 조치지만, 주민은 태풍 피해를 미리 예방하지 못한 행정 당국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지역 주민이 행정 당국의 소홀함을 지적한 것은 강촌햇살교 안전난간의 접이식 형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구청은 폭우나 태풍으로 수위가 상승할 경우 강물의 저항을 적게 받도록 안전난간을 지면에 눕히는 형태로 접는데, 이번 태풍 때는 이러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고 강촌햇살교를 지나가던 또 다른 시민도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과거에도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다리난간이 떠내려간 일을 언급하며 태풍예보에도 미리 대비하지 못한 행정 당국의 소홀함을 지적했다. 이후 다리 출입구에 다다르자 자전거를 훌쩍 들어 출입구 옆 난간을 힘겹게 넘어갔다.
제18호 태풍 영향으로 동구 방촌동 ‘강촌햇살교’ 난간이 부서진 채 방치돼 있다. 7일 오후 금호강 생태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난간 없는 강촌햇살교를 이용해 사고위험이 우려된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이날 수많은 시민이 양쪽 출입구가 굳게 닫힌 강촌햇살교 출입구 옆 난간을 뛰어넘었다. 약 600m 떨어진 화랑교까지 우회하기에 불편함을 느낀 시민들부터 산책에 나선 노인, 가족, 자전거 주행에 나선 시민들까지 안전난간 대부분이 유실된 총 180m 길이의 다리를 오갔다.

이를 지켜본 인근 주민은 “출입구 막아놔도 다닐 사람들은 저렇게 위험하게 다닌다”며 “아마 물에 누구 하나 빠져야 구청이 조치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리 안전난간을 다시 만드는데, 돈은 또 얼마나 들겠느냐”면서 “미리 조치했으면 이런 위험한 일이나 세금이 낭비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구청은 이른 시일 내에 안전난간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구청 관계자는 “강촌햇살교는 수위에 따라 출입을 통제하면 반대로 출입을 허용하라는 민원이 많은 곳이어서 출입통제시간을 최소화했던 곳이다”면서 “태풍이 왔던 지난 2일에도 통제시간을 최소화하려 했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영천댐에서 방류가 시작돼 높아진 수위로 안전난간을 접는 조처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재난 관련 피해가 있을 때 구청에서 급히 조달할 수 있는 예산이 있고, 앞서 다리에서 파손된 안전난간 중 재활용 할 수 있는 난간을 거둬들인 상태다”며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복구를 서두르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촌햇살교는 지난 2012년 동구와 수성구를 잇는 소통의 다리로 총 사업비 15억 원을 들여 지어졌다. 강수량이 많아 수위가 상승하면 다리가 물에 잠기는 형태로 설계됐고, 안전난간은 접이식으로 강물의 저항을 적게 받도록 만들어졌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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