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시장 분위기 즐기며 맛보는 푸짐한 인심

고령대가야시장 전경

고령군 대가야읍에 위치한 고령대가야시장은 상설시장과 동시에 오일장도 운영하고 있다. 매월 끝자리 4일과 9일에 열리는 오일장이 들어서는 날에는 260여 곳의 상설점포에 각종 노점들이 더해지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활발해진다. 시골 읍내 오일장치고는 규모가 제법 크며 사람들도 많이 붐비는 것에 살짝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시장 바로 옆에 무료로 주차를 할 수 있는 넓은 공영주차장에는 아침부터 빈자리가 없을 정도이고, 도로변과 골목 구석구석에 야무지게 주차해둔 차량도 무척이나 많다.

고령대가야시장 풍경

고령시장은 조선시대 초기부터 이어져 오고 있던 시장의 맥을 잇고 있으며, 1980년대 초반에 정식으로 민영화하여 관리를 해오고 있다. 타 지역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산업화 시기의 이촌향도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늘날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장터의 풍경을 보니 잘 타개한 듯하다.

고령대가야시장 풍경

다들 아시다시피 고령 지역은 1,500년 전 고대국가 대가야가 자리 잡고 있던 곳이다. 한쪽에는 가야산 등 험준한 산이 놓여 있고, 반대편에는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그 사이의 비옥한 평야에서 자라는 각종 농작물이 풍부한 풍요의 도시다. 육로뿐만 아니라 낙동강 수로를 이용한 물자 수송과 교역이 활발하던 지역이다.

고령대가야시장 각종 먹거리들.

고령은 우시장(현재 고령가축시장)이 활발하게 운영되어오고 있으며 관련 먹거리 콘텐츠가 많다. 고령대가야시장의 대표 먹거리는 소를 도축하면서 나오는 소구레로 만든 볶음과 국밥, 돼지를 도축할 때 맛있는 부위여서 뒤로 빼돌려 얻는다는 뒷고기, 그리고 돼지국밥 등이다. 그 외에도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각종 먹거리들이 다양하여 시장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고령할매국수집.

고령시장의 대표 먹거리인 소구레 국밥을 먹기 위해 고령할매국수집을 찾는다. 입구에는 무려 73년의 전통을 가진 집이라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국숫집으로 시작한 초대 사장님인 최순덕 할머니가 이곳에서 50년 동안 장사를 하셨고, 1975년 시집을 온 며느님이 뒤를 이어 23년째 운영 중이라고 하신다. 식당 내 게시물에 국수는 무한리필이 된다고 적힌 문구에서 넉넉한 인심이 느껴진다. TV 프로그램에도 몇 번 소개된 적이 있는 명실공히 고령대가야시장의 대표 맛집이다.

고령할매국수집 소구레 국밥.

일반 잔치국수도 많이 팔리는 메뉴이지만, 선짓국에 국수를 말고 소구레 볶음을 얹어 끓인 소구레 국밥은 이집의 시그니처 메뉴이다. 소구레의 표준어는 ‘수구레’이며 소를 도축할 때 껍질 아래에 있는 고기 부위로 콜라겐이 많아서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다. 국밥 안에는 소껍질과 선지, 우거지 등의 건더기도 한가득 들어있어서 국물 떠먹기가 불편할 정도다. 특히 소껍질과 소구레의 탱글탱글하고 절묘한 콜라보레이션은 먹는 내내 입안을 즐겁게 해주었다.

고령할매국수집 소구레볶음.

맛좋은 음식을 먹으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나게 마련이다. 식당을 나오면서 입구에서 조리되고 있는 소구레 볶음을 포장해간다. 인심 좋은 사장님은 국밥을 먹은 손님이라며 주문한 분량보다 더 넉넉히 담아 주었다. 대형마트 등에서는 볼 수 없는 재래시장만의 흥겨운 인심을 경험한다.

가는날이장날.

고령대가야시장의 또 하나의 먹거리는 바로 ‘뒷고기’다. 전국적으로도 뒷고기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많은데 그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썰’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로는 도살꾼들이 도축을 하면서 가장 맛있는 부위를 조금씩 빼돌린 것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맛있는 부위라는 의미가 되겠다. 고령시장에서 뒷고기 구이집들이 몇 군데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하고 알려진 곳이 ‘가는날이장날’이란 곳이다.

가는날이장날 뒷고기 구이.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집이라 그 유명세 덕분에 점심시간 전인 아침부터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가격대비 양도 넉넉하며 화력 좋은 연탄불에 금세 먹기 좋게 굽힌다. 지방질 부분이 많은 부위는 부드럽고 향긋하며, 돼지 껍질이 붙어 있는 고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쫀득하다. 다양한 식감을 한군데 모아둔 듯 한 즐거움이 뒷고기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같이 내어오는 양념장은 순식간에 기름진 맛을 상쇄시키고 풍미를 더 끌어 올려주었다.

오는날이장날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면 매장의 위치의 결과가 제각각으로 나온다. 현재의 위치는 1년 전에 이전을 한 곳이고, 원래 가게가 있던 곳에는 ‘오는날장날’이라는 아류스러운 간판으로 다른 가게가 운영되고 있다. 사실 이 가게는 아류가 아니라 원조이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가는날이장날’로 운영하고 있던 사장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잠시 가게를 쉬면서 임대를 놓았고, 동명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이 운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3년 남짓 운영을 하며 TV프로그램에 소개가 되는 등 고령시장의 대표 맛집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데 원조 사장님이 복귀를 하면서 간판을 그대로 가지고 가까운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되었고, 원래 그 자리에 다시 들어온 원조는 비슷한 이름의 간판을 달게 되었다고 한다. 본 스토리의 출처는 맞은편 가게인 고령할매국수집의 사장님이다. 오랫동안 운영했던 가게의 상호에 대한 아쉬움에 비슷한 이름으로 지은 ‘오는날’ 사장님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고령 뒷고기를 전국에 알린 ‘가는날’ 사장님의 공로도 크다. 두 집이 시장 내에서 함께 동반 성장함으로서 고령시장 뒷고기 콘텐츠의 볼륨을 키우고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표 도너츠

밥을 두 번이나 먹었으니 이제 간식을 찾아 간다. TV 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되었다는 노란색의 커다란 간판이 있는 이집에서는 찹쌀 도너츠, 팥 도너츠, 꽈배기 도너츠를 내어놓고 있다. ‘도넛’이 아닌 ‘도너츠’는 전통시장의 대표 먹거리다. 전국 어느 전통시장에 가더라도 볼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식사를 하고 배가 부르더라도 지나가다 한 두 개 정도는 더 먹을 수 있는 것이 도너츠다. 이 가게도 워낙에 손님들이 많아서인지 미리 한 묶음씩 담아놓고 판매하고 있던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개진감자고로케

고령의 특산물 가운데 감자가 있다. 고령군 개진면 일대에서 생산되는 일명 ‘개진감자’인데 일반감자와의 차이점은 낙동강변의 모래가 많은 땅에서 키우는 감자라는 것이다. 퇴적물이 많은 비옥한 낙동강변의 알칼리성 흙에서 자라 맛과 영양이 우수하고, 알이 굵으며 모양까지 잘생긴 감자라고 한다. 경상북도 우수 농산물 상표로 지정된 개진감자는 고령지역에서 재배면적이 200ha에 해당하며, 작년 기준 생산량이 5,500톤에 육박한다고 한다.

시장의 입구에 개진 감자로 만든 고로케를 판매하는 전문점이 있다. 커피도 함께 판매하고 있는 ‘개진감자고로케’는 개진감자와 함께 새우, 크림치즈, 계란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든 고로케가 무려 8종이나 판매되고 있어서 선택의 고민을 안겨준다. 지역의 전통시장에 방문하면 그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맛보고 이해하는 경험은 꽤나 즐겁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재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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