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중국 여행의 필수 방문지로 공원과 광장을 꼽고 싶다. 산책이 위주인 한국의 경우와 달리 그들의 각별한 일상이 오롯이 담겨서다. 하루를 여는 영역일 뿐만 아니라 사교와 소통, 운동과 소일, 심지어 배움의 장이기도 하다.

특히 인민공원은 중국인들 평범한 삶을 엿볼 수 있는 핫스폿이다. 특유의 중국다움이 물씬 풍기는 공공장소. 흔히들 강추하는 재래시장 못지않게 서민의 진솔한 모습이 드러난다. 현지의 문화와 생활이 꾸밈없이 발산되는 한마당 쉼터에 다름 아니다.

웬만한 도시마다 존재하는 인민공원은 무엇보다 입장료가 공짜다. 마치 관광객을 갈취하듯 거두는 비싼 요금을 감안하면 간만의 신나는 혜택인 셈이다. 내가 여행 중에 즐겨 가는 까닭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올봄 중국의 서북부 지역을 탐방하면서 인민공원은 빠짐없이 찾아다녔다. 두세 번을 방문한 곳도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전에 작심한 여로인 때문이다. 베트남과의 접경지대인 허커우부터 쿤밍·다리·리장·샹그릴라를 거쳐 충칭·청두·시안·우루무치를 지나 카자흐스탄 알마티까지 수많은 공원을 쏘다녔다.

중국 공원의 특징은 산수가 조화를 이뤘다는 점이다. 대부분 호수가 중심에 놓였고 주위로 정원을 가꾸며 공간을 조성한 형태다. 유독 노거수가 별로 없다. 젊은 나무가 대종. 전쟁이 잦았던 탓일까. 이유는 모른다.

그들의 공원은 분위기가 독특하다. 음악과 행동과 복장이 모두 그러하다. 원색의 도복을 갖춰 입고 느릿한 선율에 맞춰 태극권을 하거나, 족히 오십 쌍이 넘는 남녀가 오전부터 커플 댄스를 추는 광경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웅장한 시안 성곽을 걷던 기억보다는 이런 소소한 풍광이 더한층 강렬한 추억으로 남았다.

홍강을 따라 조성된 허커우 강변길 공원은 이국적이다. 남국의 코코넛이 주렁주렁 매달린 야자수 보도가 흥겹다. 가지의 줄기가 지상에 내려와 뿌리로 변해서 뒤엉켜 자라는 바니안나무도 보인다. 바로 강 건너편은 베트남. 불야성 이루는 대륙과 달리 어둠에 싸인 정적이 국력의 차이를 웅변하는 듯했다.

여기저기 호수를 간직한 쿤밍의 취호 공원. 수면에 카펫처럼 펼쳐진 푸르른 연꽃잎. 사시사철 온화한 기후여서 뭇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일단의 여성들 우아한 부채춤. 초록빛 어울린 빨간색 날갯짓 군무가 눈길을 모은다.

청두의 인민공원 측문 입구엔 항일 기념비를 세웠다. 안쪽에 근대사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신해추보로사사기념비’도 놓였다. 아기자기 꾸며져 느긋이 산책하기 좋다. 인근에 천부 광장이 자리한다.

신장의 우루무치에선 두 개의 공원에 갔다. 아편전쟁을 유발한 임칙서 동상이 있는 홍산 공원은 언덕 위에서 시내 조망이 가능하다. 시선 이백의 입상이 우뚝한 인민공원도 올망졸망. 이곳 지역 특성상 검문검색이 삼엄하다.

그 외에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품은 상하이 루쉰 공원과 입장료 50위안인 리장의 흑룡담 공원, 옛 수도인 알마티 판필로브 공원 등등. 그중에 ‘사과의 아버지’라는 뜻을 가진 알마티가 인상에 남는다. 길이 공원이고 공원이 길인 도시였다.

풀벌레 울음 애틋한 가을이다. 사색하기 멋진 호시절. 오늘도 철길숲 공원을 걷는다. 다양한 상념에 빠진다. 녹지 담당 공직자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견문을 권한다. 제각각 환경은 다르나, 자연과 문명의 아름다운 조화를 목격하리라. 그곳 도심의 울창한 가로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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