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출산 해소위해 행복주택 공급·공공임대주택 등 지원하나
출산 이후 가족구조 확대 고려 못해…육아가구에 맞는 정책 필요

정모(39)씨네 부부는 8번째 결혼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결국 둘째 아이를 갖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4년 전 태어난 아들이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 둘째를 낳아 더 큰 집으로 옮기려 했으나 생각보다 너무 비싼 집값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정씨는 “당장 오늘 집 한 채를 사면 70세까지 빚을 갚아야 하며 아이가 자랄수록 필요한 금액은 늘어 갈 것”이라며 “무리하게 가족 구성원을 늘려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살기보다는 아이 하나에 오롯이 집중하는 게 가족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주거지원 정책을 살펴봐도 대부분 청년 또는 신혼부부들을 위한 전세임대주택뿐”이라며 “평생 임대주택에 살 수도 없는 노릇이라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 아이를 ‘가질’ 가정보다 ‘키우는’ 가정이 겪는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초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주거지원 정책이 혼인 이행단계(청년·신혼부부)의 지원에만 초점을 두면서 실제 결혼 과정 또는 출산 이후 가족 구조의 확대를 고려하지 못한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해소를 위한 주거지원 정책으로 청년·신혼부부에 대한 행복주택 공급 확대, 공공임대주택, 기업형 민간임대 등 특별공급 지원, 주택자금 지원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 집’이 필요한 육아가구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아 신혼부부만 바라보는 정부의 반대편에 서 있는 엄마·아빠들의 경제적 부담은 커져만 가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영유아가 1명 이상인 1648가구를 상대로 조사해 이달 발표한 ‘영유아 가구의 소비실태조사 및 양육비용 연구’에 따르면 기혼 여성(15∼49세)의 52.2%가 현재 거주 주택의 구입 및 임차를 위해 융자를 받았다. 특히 자가인 경우 융자를 받은 비율이 62.3%로 굉장히 높았다.

반면, 초혼 당시 본인 및 배우자가 신혼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은 비율은 29.6%에 그쳤다.

자녀의 수가 많을수록, 나이가 들수록 집을 구입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영아가 1명(45.8%)이거나 영아만 2명(49.5%), 영아와 유아 1명씩 2명(49.3%)인 경우 자가 비율은 절반을 밑돌았다.

하지만 자녀가 2명이면서 영아와 초등학생 이상 자녀가 있는 경우 72.9%, 유아와 초등학생 이상 66.9%, 자녀가 3명 이상이면서 영유아와 초등학생 이상 자녀가 있는 경우 64.3% 등 자녀가 클수록 자가 비율도 높아졌다.

이와 관련 최효미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저출산 주거 지원 정책이 청년·신혼부부 등 혼인 이행 단계 주거지원에만 초점을 두면서 실제 결혼 과정 혹은 출산 이후 가족 구조 확대를 고려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며 “주거가 양육 만족감과 삶의 질 체감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영유아가구의 주거 현황, 주거비 지출, 주거 요구에 기반한 지원 방안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육아가구에 대한 주거 지원은 주택 자체 공급보다는 주택 구입 시 비용의 일부를 대출이자 우대, 이사 비용 등으로 지원하거나 일상적인 주거관리비 지원을 확대하는 게 정책 체감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주거비 지출로 양육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저소득 가구엔 일상적인 주거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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