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칠포리 암각화를 발견한 지 30년이 됐다. 울산대 이하우 교수가 포항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있을 때 지역의 향토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찾아 내 학계에 보고한 암각화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곤륜산 일대에 분포돼 있는 칠포리 암각화는 규모가 큰 칼의 손잡이 모양(검파형) 암각화에서부터 돌칼모양(석검형)과 여성 성기모양(성기형) 등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암각화가 산등성이와 계곡의 바위에 새겨져 있다. 칠포리의 대표적 암각화가 있는 곤륜산에서 북쪽으로 길 하나를 건너 신흥리에 있는 오줌바위에는 별자리형 바위구멍(성혈)과 윷판형 암각화가 발견됐다.

포항에는 흥해 칠포 암각화 보다 먼저 발견(1985년)된 기계면 인비리 암각화가 있고, 제일 나중(2017년)에 발견된 동해면 신정리 암각화도 있다. 기계면 소재지에서 기북면으로 넘어가는 길가의 논 가운데 있는 인비리 암각화에는 3점의 마제석검 모양(석검문) 그림이 새겨져 있다. 가장 최근에 발견한 동해면 신정리 조항산 암각화에는 칼손잡이 모양 12점과 석검형 2점 등이 새겨져 있다.

이처럼 포항에 선사시대 인들의 소중하고 중요한 유물, 유적이 전하고 있지만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발견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유물을 밟고 다니는 지경이다. 칠포리 곤륜산에 있는 대표적인 검파형 암각화를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아간 일반인들은 검파형 암각화가 보이는 계곡 건너편 바위에 새겨진 성기 모양의 암각화를 밟고 건너다 보는 지경이다. 이 대문에 훼손이 심각한 지경이다. 학계에서는 포항의 인비리나 칠포리 암각화가 고령이나 군위, 남원 등에서 발견되는 비슷한 양식 암각화의 조상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소중한 문화재가 푸대접 받고 있다. 불길에 그을리고, 탁본을 하면서 검게 먹칠을 해놓는가 하면 발로 짓밟고 다닌다.

포항문화재단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포항 암각화 주제 ‘아로새기다-바위그림, 인류 최초의 기록’ 전시회를 열고 있다. 마지막 날인 13일에는 ‘영일만 선사문화와 암각화’ 학술대회도 연다. 이번 기회에 포항 암각화의 관리 보존 대책과 포항시립역사박물관 건립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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