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도시 곳곳 변화의 숨결, 도시재생 '문화예술'을 입히다

철길 숲 전경. 포항시 제공

글 싣는 순서

1. 주민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폐철도’…뉴욕 하이라인

2. 자연과 인간예술이 숨 쉬는 도시재생…스톰 킹 아트센터

3. 환경재생 생태공원 된 ‘폐 정수장’…선유도 공원

4. 포항, 도시 체험형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포항문화재단 제공

대한민국에는 지금 ‘도시재생’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꾸준한 인구증가에 따라 산을 깎고, 땅을 메꿔가며 새로운 아파트·공장 등을 짓는 게 익숙했지만, 인구감소기로 접어든 요즘 도시 곳곳에 세워진 시설물들은 이제 ‘헌 것’이 돼 미관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산업구조와 도시의 발전은 이전 산업과 관련된 건축물과 시설물의 도태로 자연스레 이어지며 이는 새로운 산업으로 대체된다.

반세기 전부터 지금까지 철강산업으로 성장과 발전을 이룩한 ‘철의 도시’ 포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철강산업이 주된 먹거리였던 포항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폐철도를 ‘철길숲’이라는 산책 공간으로 바꿨고, 영일대·송도 바닷가를 배경 삼아 철을 소재로 예술작품을 제작·전시하는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을 여는 등 명품관광도시로 변화하기 위해 포항에서 생겨나고 자라난 산업유산과 포항이 품고 있는 흔적·장소를 활용하는 한편, 철과 예술을 접목한 ‘포항스틸조각공원’ 조성을 검토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뉴욕 하이라인’과 ‘포항 철길숲’.

2009년 6월, 총 10년의 계획 기간, 3년의 시공 기간을 비롯해 3차례에 걸친 단계별 준공을 통해 폐철도를 공원으로 만든 하이라인이 완성됐다.

원래 하이라인은 1934년 20개의 블록을 가로지르며 맨해튼 로어웨스트사이드(Lower west side)에서 운행되던 지상에서 약 9m 띄워진 고가 화물 노선이었다.

자동차가 운송수단으로 보편화 되면서 철도산업이 쇠퇴함에 따라 1980년 운행이 완전중단된 후 20여년 간 버려진 채 흉물로 남아있었다.

이에 ‘하이라인의 친구들(FHL·Friends of the High Line)’이라는 비영리단체와 뉴욕시가 함께 하이라인 공원화 프로젝트를 벌인 결과, 수많은 관광객들과 주민들로 북적이는 녹지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포항에도 100여 년간 철도로 사용되다 KTX 포항역 이전으로 폐선된 동해남부선 부지가 ‘철길숲’으로 다시 태어났다.

포항 철길숲은 2015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4년간 25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동해남부선 옛 포항역에서 효자역까지 4.3㎞ 구간에 조성된 도심 속 공원이다.

포항의 흉물로 남아있던 폐철도가 공원으로 바뀌자 주민들은 하루에 한 번씩 산책을 다니는 게 취미가 됐고, 유동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카페·식당 등 주변 상권 또한 덩달아 살아나는 등 도시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도시 곳곳과 연결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마주하는 거대한 기차 모형 등 예술품들과의 만남도 끊임없는 재미를 준다.

앞으로 철길숲이 지속발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바로 ‘주민 참여’다.

하이라인의 가장 큰 특징은 공원 관리를 위해 필요한 인력과 자금 대부분이 지역민들의 기부와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약 30년 전 공원 조성을 주도했던 ‘하이라인의 친구들’이 계속해서 운영을 도맡아오고 있으며 관리비 90% 이상을 시민들의 기부금과 멤버쉽 후원, 대관료 등으로 충당하면서 외부 자본에 흔들리지 않고 정체성을 지켜가고 있다.

하이라인의 역사·디자인·예술을 소개하는 ‘Docent(강사)’, 자연경관의 유지를 맡고 있는 ‘Horticulture Partners(원예사)’, 하이라인의 사계절을 기록하는 ‘Photographer(사진사)’ 등 하이라인을 지키는 모든 사람은 시민들이다.

이와 관련, 하이라인의 친구들 관계자는 “좋은 공원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 기부금을 내는 것 만이 공원을 아끼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아니다”라며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을 통해 공원 곳곳에서 보이는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고쳐나가다 보면 철길숲은 포항을 위한 영원한 휴식처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스틸아트 페스티벌

△‘명품’ 조각공원의 필요.

지역의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 이를 지속적인 정책으로 연결해 지역 발전으로 이어가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산업과 예술을 연계해 4차 산업의 중심공간으로 발돋움하는 동시에 문화도시로서의 기능과 역량 확립이 시급하다.

대한민국 대표 산업도시인 포항이 다가오는 문화산업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현재 포항에는 포항국제불빛축제와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을 비롯해 영일대 샌드페스티벌 등 1주일~1달가량의 단기적 행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유일한 지역 문화 축제로 평가되나, 1달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지역민들과 포항을 찾는 방문객들의 문화생활과 포항의 미래먹거리를 책임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위와 관련 ‘철’의도시 포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철’과 ‘지역 문화산업’을 연계할 수 있는 스틸아트(Steel Art)조각 공원조성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다.

특히 미술관처럼 밀폐된 실내공간이 아닌 개방적 자연 속에 조성된 조각공원에 놓여진 작품이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질수록 도시의 정형화된 일상에 지친 대중들에게 하나의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또 공원의 위치에 따라 도시 전반을 관람공간으로 확대해 포항시 주요 관광코스와 연계할 수 있다.

영일대해수욕장과 운하 등 포항 곳곳에 전시된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에 출품된 작품들을 적극 활용해 스틸조각공원으로 연결되는 ‘도시 갤러리’를 구성하는 방안도 있다.

이를 통해 스틸아트 조형물을 도시 전반에 전시해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포항을 직접 걸으며 체험하는 신개념 예술관광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이 가진 특징과 장점을 십분 활용한 예술품으로 꾸며진 조각공원을 중심축으로 포항 곳곳에 퍼져있는 문화·예술 거점들을 연결해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전망된다.

위와 관련해 포항시는 철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문화예술 산업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포항스틸조각공원 건립을 검토 중이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아직 공원 조성 가능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예술공원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조각작품을 단순히 야외공간으로 옮겨놓는 것이 아니라 조각이 자연의 조건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자연의 일부가 되고 자연이 배경으로서 작품의 미적 가치를 잘 드러낼 수 있을 때 조각공원은 도시공간이나 미술관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미적 체험의 장이 될 뿐만 아니라 현대조각의 흐름을 훑어볼 수 있는 미술교육의 장소, 나아가 지역개발과 발전의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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