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제작 이태호] 일러스트. 연합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막는 약인 항응고제 다비가트란(dabigatran)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비가트란은 혈액 응고 단백질 트롬빈 억제제 계열의 항응고제로 가장 흔한 형태의 부정맥인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을 예방하는 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

스페인 국립 심혈관연구센터(CNIC)와 미국 록펠러대학 연구팀은 경구용 다비가트란이 치매 모델 쥐의 치매 증상 출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9일 보도했다.

생명공학적 방법으로 치매가 발생하도록 만든 치매 모델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다비가트란 또는 위약을 1년 동안 투여한 결과 다비가트란이 투여된 쥐들은 기억 손실과 뇌 혈류 감소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CNIC의 마르타 코르테스-칸텔리 박사는 밝혔다.

이 쥐들은 또 치매 발생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생물표지인 뇌 신경세포의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치매와 관련된 뇌의 염증과 혈관 손상도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다비가트란이 투여된 쥐들은 대조군 쥐들보다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23.7%, 뇌의 공격적인 면역세포인 소교세포(microglia)가 31.3%, 또 다른 면역세포인 뇌 조직 내 침윤 T세포(infiltrated T cell)가 32.2% 적었다.

이는 다비가트란이 뇌 신경세포 사이의 정상적인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뇌의 염증, 혈관 손상, 독성 단백질 응집을 억제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치매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치매를 유발하는 여러가지 생물학적 과정들을 표적으로 하는 환자 맞춤형 복합치료가 필요하며 그 목표 중 하나가 뇌의 혈류 개선이라고 코르테스-칸텔리 박사는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특히 뇌의 혈액 응고 현상을 보이는 치매 환자에게 다비가트란 투여가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따라서 치매 환자 중에서도 뇌의 혈전이 나타나기 쉬운 환자를 찾아내는 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의 연구팀은 치매 환자는 뇌 혈류량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이전의 연구결과들을 근거로 항응고제에 의한 뇌 혈류 개선이 치매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이 같은 연구에 착수하게 됐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심장병학회 저널(Journal of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