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서 일본 사죄·역할 강조…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전 총리가 11일 부산대에서 ‘통일 한국의 미래와 평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정치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11일 “전쟁 피해자가 더는 사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가해자는 사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후 부산대 대회의실에서 열린 ‘통일 한국의 미래와 평화전략’이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말하며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잊어도 피해자는 그 아픔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베 일본 총리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만을 거론하며 현재 북미 관계 등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취해야 할 전략은 북미 평화조약이 체결되도록 해 일본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역할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산복합체 압력에 넘어가지 않도록 지원하고,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지지하며 한국·중국·러시아와 협력해 북한이 핵시설을 포기하도록 해 결국 북미 평화조약 체결 이후 북일 국교 정상화를 도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은 그 이후라는 것이 하토야마 전 총리의 입장이다.

그는 한일 간 경제 보복 문제를 불러일으킨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1965년 한일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일 정부가 백색국가 제외 철회와 경제 보복 조치 중단 등 수출 관리 문제를 적극 협력해 개선해야 한다”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탈퇴 문제도 미국 중재 하에 냉철하게 판단하고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는 앞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 방문 소식에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과 고재순 사무총장이 마중 나와 의전을 맡았다.

참배를 마친 하토야마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이 잠든 너럭바위를 한 바퀴 돌고 부엉이바위를 향해 재차 묵념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개혁파 노 전 대통령님의 영령이 국민 곁에 편히 잠드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이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영령이 국민 곁에 있는 것 같아 감사드리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이곳에 와서 노 전 대통령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사랑받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 등 대한민국을 국민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노 전 대통령의 활동을 잘 알게 됐다”며 “저보다 반년 정도 형님이라 지금 건강히 계셨다면 한일관계의 장래 등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악화한 한일관계 질문에 대해서는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까지 최악의 상태여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노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은 상당히 리버럴한 분들로 민간교류 등을 통해 관계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봉하마을 방문은 정용하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제안해 이뤄졌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2일 오전 9시에는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한다.

2015년 12월 개관한 역사관은 일제에 의해 자행된 강제동원의 참상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조성된 곳으로 일본 고위 정치인 출신 인사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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