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파도가 수평선을 낳는다
알 수 없는 물의 핏줄들이 모여서 수평선을 낳는다
그 아래
깊이 모를 수심이 모여서 수평선을 낳는다

멀리 보면 수평선
가까이 보면 파도

잊혔던 아버지도 끝없이 밀려와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고 끝내 수평선을 낳는다
아버지의 주름 속에 감추어진 것은 역사가 아니라 수평선이다

밤마다 수평선은 요동치며 아이를 잉태하고
그 아이들은 자라나 수평선이 된다

시인이 시를 낳고 시가 다시 시인을 낳듯이
자세히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은 끝과 끝이 맞닿은 수평선이고
신기하게도 수평선은 출렁이며 끝없이 수평선을 낳는다




<감상> 수평선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출렁여야 탄생되는 군요. 출렁인다는 것은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이야기군요. 그래서 파도와 물의 핏줄과 수심(水深)이 필요한 거군요. 멀리 보면 수평선이지만 가까이 보면 파도이고요. 가까이 있는 파도도 멀리 보면 해변에 와서는 딱 한번 수평선을 긋고 사라지고 말지요. 감춰진 아버지의 역사도 한번은 수평선을 그어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자라나는 자식들은 언제쯤 아버지와 수평선이 될 수 있을지 아득하네요. 수많은 파도가 치고 밤마다 수평선이 요동쳐야 우리네 삶도 서로 맞닿는 수평선을 탄생시킬 수 있겠지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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