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에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코끼리를 떠올릴 것이다. 상대편의 프레임을 단순히 부정하는 것은 단지 그 프레임을 강화할 뿐이다.”라고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 버클리대 교수가 ‘프레임 이론’을 설명했다.

프레임은 그림의 액자처럼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일정한 틀로 규정한다. 프레임은 또 대중에게 실체와는 다른 환영(幻影)을 제시함으로써 여론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상대를 깎아 내리려 할 때 자주 쓰는 것이 프레임이다.

1903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 제2차 대회 당시 레닌파는 자신들을 ‘볼세비키’라 불렀다. ‘볼세비키’는 ‘다수파’란 뜻이다. 반면 상대 파인 마르토프파를 ‘소수파’를 의미하는 ‘멘세비키’라 이름 붙였다. 당시 마르토프파가 다수였지만 레닌파가 스스로 다수라는 ‘볼세비키’라 명명한 이후 실제로 다수파가 되는 데 성공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서대문 을)이 대구를 ‘수구(守舊) 도시’ 프레임에 가뒀다. 김 의원은 지난 10일 대구시 국정감사에서 “지난 5년간 새마을장학금 지원액이 15억6000만 원에 달하는데 대구시민은 이해할지언정 국민은 이해 못한다”면서 “이런 편파적 디테일 때문에 수구 도시라는 오명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보수나 새마을 같은 단어 말고 진보, 개혁, 혁신 같은 단어로 대구를 상징하라”고 시건방진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 김 의원이 새마을장학금 지급을 ‘수구 도시’ 발언 근거로 삼은 것 자체가 옳지 않다. 새마을장학금은 대구시가 40년도 더 전인 1975년 제정한 조례에 따라 지급하고 있다. 전국 다른 지역에서도 새마을장학금제도가 있는데 이를 두고 수구 도시 운운한 것이다. 김 의원은 보수와 수구도 분간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구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효시인 2·28 민주화운동과 일제 침략에 맞서 국채보상운동 일으킨 시발지다. 대구는 산업화 시대는 물론 지금도 역사의 중심을 잡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부적절한 예로 대구를 ‘수구 도시’ 프레임에 가두는 것은 사실 왜곡이자 대구시민에 대한 모욕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