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政務)’는 ‘정치나 국가 행정에 관계되는 사무’로 풀이된다. ‘정무감각(政務感覺)’은 주로 국가 고위직 공무원이나 정치가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표현으로 자신이 속해 있는 국가 기관이나 정당의 입장과 자신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정세에 맞추어서 적절한 사리판단을 하고 행동하는 능력 정도로 풀이 할 수 있다. 하긴 지방의 도나 시에도 ‘정무부지사’, ‘정무부시장’이 있을 정도니 ‘정무’는 정치적 행정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조율하고 해결하는 사무로 적절하게 필요한 것으로 봐야 한다.

정치권에서 ‘정무적 판단’ 이란 말도 흔히 쓴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여 앞두고 있어서 각 당마다 공천 문제가 조만간 대두 될 것이다. ‘정무적 판단’은 2016년 더불어민주당이 공천심사 때 유행어처럼 쓰이기도 했다.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천심사위원회가 공천안을 들고오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현역 의원을 컷오프 시키거나 특정 지역구에 특정 인사를 단수 공천했다. 이유를 캐묻는 기자들에게 김 비대위원장은 ‘정무적 판단’이라고 잘라 말하곤 했다. ‘정무적 판단’이 공천 시기에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기도 하는 것이다.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검사 출신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사 된 이후 지금까지 검사로서 윤석열이 변한 게 있느냐, 전혀 없다고 자부하느냐”고 묻자 윤 총장은 “자부까지는 아니라도 예나 지금이나 정무감각 없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고 답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 여권의 맹비난을 받고 있는 윤 총장의 ‘정무감각’ 발언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신념에 따라 확고한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또한 검찰의 정치적 행보를 비판하는 지적에 대해 에둘러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정무감각’이 돋보인 발언이었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댓글조작 수사와 현 정부 들어 적폐수사를 진행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는 평이다. 권력과 돈 눈치를 보지 않는 검사는 잘 벼려진 칼과 같다. 조국 수사든 패스트트렉 수사든 정무적 판단 없이 법과 원칙대로 좌고우면 하지 않고 수사하는 것이 곧 검찰 개혁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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