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 조금씩 나누자는 생각으로 시작"

예천경찰서 박원용 경위의 가족 모습.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10년 넘게 남몰래 사회복지시설을 지원해 온 경찰관이 있어 제74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예천경찰서 정보보안과에 근무하는 박원용 경위(사진·정보경비계장)는 2008년부터 매년 결손가정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안동시 소재 사회복지법인 경안신육원에 수백만 원을 전달해 왔다.

특히 남편의 선행을 뒤늦게 알아버린 부인 현은희(45·지보농협 과장) 씨도 부부가 닮아 가듯이 2009년부터는 남편과 함께 각각 150만 원씩을 모아 매년 300만 원을 기부하며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부부는 매년 연말 성금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아예 아이들에게 직접 도움이 될 수 있게 2013년부터는 경안신육원의 13명의 아이의 후원자로 나섰다.

13명의 아이에게 3만 원씩 매달 42만 원을 지원하고 경안신육원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키다리 가족이 돼주고 있다.

또 지난해 13 명의 아이들과 예천 세계 곤충엑스포 축제장을 찾아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경안신육원 후원담당 김기명 과장은 “결손가정 아동 50여 명을 돌보고 있으나 정부지원금으로는 아이들의 생활비 충당키가 힘들 때가 있다”며 “여기에 경기침체로 독지가들의 지원금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원용 부부가 후원하는 경안 신육원의 아이들이 감사의 뜻으로 보내온 손편지들, 이들 부부는 편지를 읽으며 때론 눈물도 흘리고 후원자로서의 길을 잘 선택 했다고 서로를 칭찬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처음 이들 부부는 수년째 말없이 지원금만 전달하고 단 한 번도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없었던 박 경위 부부는 이곳 아이들에게는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라며 “지원 금액도 적지 않은 데다 든든한 아이들의 후원자가 되어준 이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 경위의 이 같은 남모른 선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니세프와 장기 기증본부에도 후원금을 꼬박꼬박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태에 희망을 전하는 등대가 되고 있다.

1991년 예천경찰서 개포파출소 근무를 시작으로 수사(형사) 등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해 온 박 경위는 그동안 정보보안과 근무만 15년 가까이하면서 예천경찰서 정보경비계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 경위는 “경찰관 생활을 하면서 업무상 마음이 차갑고 메말라 간다는 느낌이 늘 들었다”며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경찰관으로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제도적 한계에 아쉬움을 느껴 내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자는 생각으로 아내와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상만 기자
이상만 기자 smlee@kyongbuk.com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안동, 예천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