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시만 꿈과 희망 노래하고 싶다

구룡포파출소 권영삼 경위.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잊지 못할 포항의 추억, 눈이 내려도 세상이 얼어붙어도 빨간 고추장에 과메기…이것이 바로 겨울의 맛, 이것이 바로 인생의 맛”

평소에는 지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로, 쉬는 날이면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삶의 애환을 노래로 풀어주는 가수로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

‘노래하는 경찰’로 알려진 포항남부경찰서 구룡포파출소 권영삼(51) 경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권 경위는 앨범을 5번이나 낸 22년차 중견 가수이자 27년차 베테랑 경찰이다.

휴일이면 어김없이 경찰관 제복을 입고 지역의 고아원, 경로당, 장애인 시설 등 사회적 배려 계층을 찾아가 노래로 위문활동을 펼치느라 쉴 틈 없이 바쁘다.

2006년부터는 자선봉사단체에도 가입해 거리공연을 통한 모금활동을 매년 겨울에 진행한다는 그는 대형마트나 시내 중심가에서 홀로 2시간 동안 기타를 치고 노래하면서 불우이웃돕기 모금을 진행해 100여 만원씩 불우이웃시설에 기부하기도 한다.

권 경위는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해당 지역민들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 노래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경찰가수로 지역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는 포항을 홍보하는 지역행사를 비롯해 어르신들을 위한 어버이날·시민 축제 등에서 찾을 때마다 주저 없이 참여해 시민들과 함께 했다.

소정의 출연료를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재능기부 식의 봉사공연을 펼쳤다.

이에 대해 권 경위는 “애초에 돈을 벌겠다고 앨범을 만들고 공연을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활동을 통해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최대한 포항시민들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라고 마음을 전했다.

사실 권영삼 경위의 첫 번째 꿈은 가수였다.

10대 시절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처음 듣게 된 조용필이 부른 ‘창밖의 여자’는 권 경위가 가수가 되고 싶도록 마음먹게 한 첫 노래였다.

하지만 가수가 되는 길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수에 대한 열망은 커져 갔지만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를 말렸다.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가수라는 직업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딴따라’라는 수식어가 지인들이 권 경위를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이었다.

결국 1992년 경찰이 된 그는 잠시 꿈을 마음속에 넣어두고 묵묵히 지역 치안유지를 위해 봉사했다.

구룡포파출소 권영삼 경위.

이후 1996년 우연찮은 기회에 참가한 KBS 전국노래자랑 포항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그는 참아왔던 꿈을 펼쳐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음원을 구하고 녹음을 준비하는 모습을 본 가족들은 처음까지만 해도 ‘저러다 말겠지’라는 반응이었다.

동료 경찰들의 심드렁한 모습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1997년 펴낸 첫 음반 ‘단 한 번에 KO’에 이어 2006년에 2집 음반 ‘잡지 마라’, 2013년 3집 음반 ‘한 번만 더’를 발표하면서 주변인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점차 긍정으로 바뀌었다.

이후 2017년 4집 음반 ‘비바 포항’과 올해 발표된 5집 음반인 ‘과메기 추억’까지 이어지면서 어느덧 권 경위를 가수로 알아보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다.

권 경위는 “가끔 길을 걷다가 사인을 부탁하는 팬을 만나면 아직도 많이 쑥쓰럽다”면서 “내 노래를 듣고 힘을 낸다는 팬들의 말을 들으면 나 자신 또한 덩달아 힘이 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음반을 발매하고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시작한 그가 해온 공연은 현재까지 500회가 훌쩍 넘는다.

지금도 권 경위의 노래 실력이 입소문을 타고 곳곳에 전해져 여러 지역 축제에서 초청을 받고 있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 2014년부터 경찰청 홍보메신저 활동, 2015년에는 경찰청 동료강사로 활동하게 됐으며, 지역 내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초대받는 횟수도 늘어났다.

‘경찰가수’라는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점에 대해 그는 “여러 고민거리들로 답답한 포항시민들의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를 뿌리 채 뽑아버릴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번 5집 앨범의 타이틀 곡 ‘과메기의 추억’은 지난해 구룡포파출소로 근무지를 옮긴 뒤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함께 나눈 구룡포 주민들을 위한 노래다.

특히, 지난해 구룡포 과메기의 판매율이 절반 가량 급감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과메기의 추억’은 경쾌한 일렉기타 사운드와 락이 가미된 디스코 풍 멜로디에 권 경위의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곁들여져 듣는 이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곡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앨범에 경쾌함을 담은 이유는 오랜 경기침체로 인해 시름에 젖어있는 포항시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작은 소망을 담기 위함이다.

권 경위는 “여러분이 있어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면서 “목소리가 나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포항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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